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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문스톤

*황궁물 AU

*트위터에 돌던 문스톤의 인도 전설을 인용했습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대륙에서 제일 크고 융성한 제국 시라토리자와의 황제였고 시라부 켄지로는 약소국 토요쿠로의 하나 뿐인 왕자였다. 라고 이야기는 식상하게 시작된다. 아무리 봐도 접점이 없는 그들은, 우시지마가 토요쿠로를 정복해 자신의 영토 안으로 넣게 됨으로써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황제 앞에 무릎 꿇린 시라부에게는 일곱 명의 누나가 있었지만 우시지마가 자신의 다섯 번째 비로 택한 것은 그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언젠가 그림으로 한 번 보았던 그의 눈빛이 좋아서, 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들으라는 명에 눈을 들어 황제를 바라본 시라부는 그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의 색은 짙은 풀색이었고, 그와 같은 빛의 눈동자는 곧고 용맹하였다. 그의 외모도 외모이지만 강한 사람, 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내뿜고 있었기에 시라부가 빠져든 것이 아닐까. 시라부는 작은 약소국 토요쿠로라는 틀 안에 갇혀있기엔 야심이 큰 왕자였다. 강한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선택에 반박하지 않았다.

 식은 간소하게 치러졌다. 아무리 대국의 황제가 비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해도 상대는 정복지의 포로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시라부는 이에도 별로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를 바로 비로 삼고 가(佳)라는 칭호와 유리로 된 커다란 온실을 그에게 주었다. 사시사철 봄의 온도를 품고 있는 유리 온실은 분홍색의 벚나무로 가득 찼고, 안에서 볼 때면 유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벚꽃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시라부는 그 온실을 벚꽃 감옥이라고 부르면서도 조용히 지내며 눈에 띠고 싶지 않음을 표했지만 여인들의 질투가 어디 그리 쉽게 스쳐지나가는 것은 아닐 터였다. 우시지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찾았다. 물론 우시지마에게 총명한 벗이, 후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황후역시 교육을 잘 받아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이였으나, 그의 앞에서 항상 말하기를 꺼려했기에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여인들의 세계는 어렵다, 하는 우시지마의 말에 시라부는 차를 따르며 저희는 남성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지요,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하고 답했다.

 그는 유하게 생긴 외형과 달리 차분하고 똑부러졌으며,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차갑고 무뚝뚝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의지와 신념이 강해 굽히고 들어가지도 않았다. 황제인 우시지마 앞에서도 그는 무례를 무릅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말하고는 했다. 우시지마는 그런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후궁들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괴롭힘을 줘도 시라부는 굽히고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굽히고 들어가는 상대는 황제인 우시지마 뿐이었다. 후궁들도 어떤 식으로 괴롭히든 꼿꼿함을 유지하는 시라부에게 질린다는 듯이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그에게서 손을 놓았다.

 "네게 월장석 사업의 총 관리를 맡기겠다."

 그 무렵,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 한 가지의 권한을 넘겨주었다. 옛날부터 토요쿠로는 월장석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나라였으며 타국에도 제일 많은 수출을 차지하는 것이 월장석이었다. 토요쿠로가 시라토리자와 안으로 흡수된 지금, 그 많은 월장석이 파묻힌 단지를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일 터였다. 그러나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시라부에게 그 권한이 넘어갔다. 시라부는 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왕자였기 때문에 월장석에 대해 박식했고, 이번에도 불만 없이 우시지마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이유가 따르기 마련이며 시라부는 강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에.

 수많은 월장석들을 캐고 나면 바로 가공업자들에게 넘어가는데, 가공된 월장석들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감별해내며 관리하는 것이 시라부였다. 월장석은 이제 시라토리자와에서 밖에 나지 않는 보석이었고, 가공된 월장석 중에서도 최상품을 수출하여 큰 이익을 벌어들였기에 시라부는 시라토리자와가 점점 부강해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우시지마는 점점 시라부를 총애했고 그 누구도 시라부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얼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타국의 왕자가 시라토리자와를 위해 월장석을 가지고 막대한 부를 쌓아주고 있다. 우시지마에게는 기쁜 일이었지만 아마 다른 대신들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

 "그래서, 와카토시군."

 "말해라, 텐도."

 "와카토시군이 총애하는 가비를 다들 시기하고 있어. 이렇게 가다간 그 가비가 어느 날 갑자기 독살되어버릴 거라고?"

 "텐도 말이 맞아, 와카토시."

 "왜지?"

 우시지마를 만나러 궁에 들어온 텐도와 세미가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우시지마를 한숨을 쉬며 바라보았다. 우시지마의 막강한 왕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눈치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대신들이 그에게 쩔쩔매니 다행이었지. 언제나 직설적인 황제가 사실은 눈치가 '조금‘ 부족한 거라는 걸 몰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세미는 생각했다. 우시지마의 오랜 친구이자 책사인 세미는 그 가비라는 이가 슬슬 걱정되던 참이었다.

 "가비는 시라토리자와를 위해 월장석 사업으로 막강한 부를 끌어다주고 있다. 내가 택한 자이니, 배신을 할리도 없어, 가비는 강함을 동경하고 있다. 그가 말한 목표는 나와 같아."

 "대신들 눈에는 가비가 네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곱게 보이지 않을 거야. 대신들의 태반이 와카토시 너에게 딸들을 시집보내고 싶어 하고 몇 몇은 황후의 아버지이고 하고 후궁들의 아버지이니까. 자기 딸들이 총애를 잃는 게 싫은 거지."

 "오랜만에 세미세미가 맞는 말하네~"

 "내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텐도!"

 빽 소리를 지르며 텐도를 노려보는 세미를 잠시 바라본 우시지마는 생각에 잠겼다. 현재 상황에서는 가비가 위험한 건가. 우시지마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세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없애는 방법도 있고,..."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으니 말해봐라. 가비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정말 총애하기는 총애하는구나. 세미는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우시지마의 귀에 방법을 속삭여주었고, 우시지마는 그 길로 온실로 향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월장석을 감별하고 있던 시라부는 이미 그의 발자국 소리를 골라내고는 월장석을 내려놓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른 시간인데 정무는 다 보신 겁니까."

 "의논할 것이 있어서 왔다."

 "무엇입니까. 앉아서 말씀해주시지요."

 질문에 대답도 않고 자신의 용건을 먼저 말하는 우시지마의 태도에도 시라부는 애체를 벗으며 우시지마를 탁자 쪽으로 안내했다. 정무를 다 보았냐고 물었으면서 어떻게 그가 올 것을 알았는지 상궁이 내어온 공예차의 꽃잎이 활짝 피어 있었다. 우시지마는 그 공예차가 제 잔에 따라질 때까지 잠시 인내했다. 시라부가 상궁이 내어온 화과자를 보고는 빙긋이 웃음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금방이라도 뭔가 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맞겠지. 시라부가 말문을 열었을 때는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남쪽 네코마국의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화과자이면서도 화과자 같지 않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시라부."

"하문하시지요, 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궁에 책사인 세미 에이타가 들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자기주장이 무척이나 강해 우시지마가 전장에 나가 없었을 때는 그 대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었다고 들었으니, 자신에 대해서 무언가 조언을 주었을 것이다. 시라부는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가 삼키며 서서히 열리는 우시지마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내 책사가 될 수 있겠나."

 "....푸흡-아, 죄송합니다. 잘못 들은 듯 하온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내 책사가 될 수 있겠나, 시라부."

 시라부는 잠시 눈동자를 굴렸다. 제가 알기로는 우시지마가 원하는 책사는 아오바죠사이의 국왕 오이카와였고, 몇 번이고 그를 설득했으나 오이카와의 끝없는 거절로 실패하여 얻은 책사가 세미 에이타였다. 여전히 완강한 오이카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자신을 왜? 시라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시지마에 대해서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그의 말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분명 아오바죠사이의 오이카와를 염두에 두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게다가 세미공은 어쩌시려고 제게 그런 자리를 맡기십니까. 일개 비를 책사로 두다니, 대신들의 반대가 클 겁니다.”

 “오이카와는 한 나라의 국왕이라 안 된다고 했다. 세미는 내 책사보다는 관리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네가 적임자이지 않겠나.”

 “제게 그런 신뢰를 거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폐하.”

 “네가 나의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라부.”

 시라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일어서 무릎을 꿇었다.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폐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시라부를 보며 우시지마는 식은 차를 머금었다. 그 일이 자신이 어떻게 될까 불안한 마음에 시작된 일이라는 것을 시라부가 알게 된 것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

 바로 그 다음날 우시지마가 어전 회의에 데리고 나온 것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가비라는 후궁이었고 책사인 세미는 평범한 관료의 옷을 입고 늘어선 관리들의 틈에 섞여 있었다. 우시지마는 그를 제 새 책사라고 소개했다. 유해보이는 얼굴을 한 시라부를 반대하며 비웃던 이들은 곧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아니, 다물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조금 더 맞는 표현일 듯하다. 시라부가 그 자리에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수많은 시도들을 모두 쏟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많은 고위 관료들이 잡혀가 고문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거나 제 입으로 죄를 토해내야 했다.

 시라토리자와에는 한 차례 피바람이 불었고 그 과정에서 황후의 가문마저 말살되어 폐서인이 된 황후는 궁 밖으로 쫓겨났다. 시라부를 제외한 후궁들은 모두 사형 당했고 우시지마에게 남은 유일한 비는 시라부 하나가 되었다. 시라부는 몇 년 지나지 않아 황제의 유일한 비(妃)에서 정식 후(后)가 되었다. 우시지마는 그 후로도 그 어떤 후궁도 제 후원에 들이지 않았고, 드넓은 후원은 모두 시라부의 것이 되었다. 시라부는 그럼에도 그 온실에 머무르며 월장석을 감별하고, 우시지마를 도왔다. 그런 후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자는 없었다.

*

 “여기 있었나, 시라부.”

 “찾으셨습니까.” “원래 있던 곳에 없으니 당연한 거라 생각되는데.”

 “그렇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왜 물어본 건가.”

 “폐하는 아직도 절 제대로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후는 어리둥절한 제를 보고는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들고 있던 월장석을 매만졌다. 잘 가공된 월장석이 만월로 밝아진 달빛을 받아 시시각각 빛이 변했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체구의 후를 뒤에서 안은 제 역시 그 월장석의 빛을 바라보았다. 제와 후는 한참을 월장석의 빛을 감상했고, 침묵의 끝에 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토요쿠로에는 그런 전설이 있습니다.”

 “무슨 전설인가.”

 “월장석은 달빛 아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월에 월장석을 입 안에 넣으면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전설이지요.”

 “그런가.”

 “마침 만월이니, 입에 넣어 보시겠습니까. 그저 전설이니 사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어째서입니까.”

 “내 미래는 정해져 있으니.”

 “그걸 어찌 아십니까.”

 “그렇다면 너는 내 곁에 미래에 있지 않을 예정인가.”

 제가 툭 던지듯이 내뱉은 말에 후는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 제를 바라보다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그의 곁에 있을 미래는 정해져 있다는 확신이 담긴 말을 그리도 쉽게 하다니, 정말로 무감각한 사내 같으니라고. 하지만 후는 반박하지 않았다. 후는 제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아니며 과거에도 그러지 않았고, 미래에도 그러지 않을 예정이었다.

결국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또 쓰지 못했습니다...ㅎㅁㅎ....

그래서 결국 나온게 이거지만...가볍게 읽고 넘어가실 수 있는 황궁물입니다.

사실 마지막 장면 보고 싶어서 썼어요.

트위터에 돌던 문스톤 인도 전설이 너무 예쁘기도 했고요..

글 봐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우시시라하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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