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USSR

크림
봄, 그리고 우리
따스한 햇살이 아른거리고 나른한 봄바람이 앞머리를 살랑인다. 창밖에 파릇하게 봉오리가 올라오는 벚나무들이 운동장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이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라며 작게 소근 거렸지만 .
소란스러운 쉬는시간인 탓에 아무도 듣지 못했다.
졸업식 까지 앞으로 2주, 당신은 졸업을 하고 나면, 국가대표로 , 이젠 더 이상 내가 다가갈 수조차 없는 곳으로 향하겠죠?
오늘은 3학년들의 마지막 부활동 이라 는걸 의식하자, 시간이 정말로 느리게 갔다.
현실 같지가 않아서-, 벌써 당신과 헤어진다는 것이, 더 이상 당신의 반짝거림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모든 걸 비현실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직은 차가운 봄이었다.
더 이상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작은 한숨만, 계속해서 나올 뿐이었다.
"어이 시라부! 봄타냐!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야!"
소란스런 와중에도 잘도 들리는군 빌어먹을 카와니시
"별거 아니야 그냥 밖에 본거야."
"별거 아니긴, 너 오늘 3학년선배들 마지막 연습이라 그래?"
"그런거 아니라고"
"아니면 된 거지 왜 그렇게 정색해-"
주체 못하고, 너무 티났나? 그럼 안 되는데.
"안 그래도 오늘 마지막 연습 날이라 늦지 말랬어 1초도! 알았지?"
내가 너도 아니고 왜? 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와니시는 정말로 늦으면 안 돼-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다른 부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떠났다.
우시지마씨를 이어 오늘 이후로 주장이 될 나는 주장이 된다는 설렘, 더 이상 우시지마씨 옆에 있을 수 없다는 절망, 슬픔, 비탄.. 뭐 그런 감정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수업을 어떻게 듣는지도 모른 채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 버렸다.
교내식당에 도착하자 왜 내 눈에 가장 먼저 띄는 사람은 당신인건지.
이런 내 스스로에게 질려 한숨을 쉬지만 혹여 누가 우시지마 씨의 옆자리에 앉을까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우시지마씨."
우시지마씨 옆에 따라다니는 텐도 선배에게도 안녕하십니까― 라는 짧은 인사를 덧붙였다.
"에- 켄지로~ 내게도 날씨가 좋다느니~ 어쨌다느니 해달라구? 항상~ 와카토시 에게만 그런 다정한 인사~ 그래도 말이야 오늘이 마지막인데 말이지~"
궁시렁 궁시렁 말도 많네요 선배
속마음을 뒤로한 채 말했다.
"예, 텐도 선배도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시라부 군은 우시와카만 좋아한다니까!- 라는 텐도의 말을 뒤로하고 우시지마 씨에게 말을 붙였다.
"우시지마씨, 오늘이 마지막 연습이네요."
" 아 그렇다."
"……. 이젠 정말 다신 뵐 수 없는 거겠죠"
"? 무슨 말이지 시라부 난 계속 연습 도와주러 올 것이다."
속으로 짧은 한숨을 쉰 시라부는 입을 앙 다물었다.
' 그런 의미가 아닌데요. 선배.'
“하긴, 그러네요. 선배-, 괜한 걱정이네요”
감정을 들킬 수는 없다, 누가 뭐래도, 선배의 곁에 있으려면 지금 까지 쭉 해오던 일이다. 그래, 이 제와서 들킬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난 다 먹었다 시라부, 연습때 보기로 하지."
" 네 선배, 좀 있다 뵐게요."
몇 마디 말도 붙이지 못한 채 점심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었고, 부활동 시간이 찾아왔다.
왁스칠한 체육관 바닥에 끼긱- 하는 신발소리들이 들려온다.
다름 아닌 왕자 라 불리는 시라토리자와 학원답게, 연습인데도 열기와 집중력은 마치 전국대회 예선의 시합과 같았다.
'이대로 마지막이라니, 우시지마 선배, 물론 졸업식날 뵐수 있겠지만- '
" 어이 시라부! 딴생각 하단 큰일난다고!"
"괜찮습니다 텐도씨."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던와중 텐도의 말이 끝나자 마자 무섭게 매서운 우시지마의 서브가 시라부의 정강이를 강타했다.
"크읏-,"
작게 신음을 내며 시라부가 비틀거렸다. 발갛게 부어오른 다리가 말을 하고 있진 않지만 고통을 대신하고 있었다.
"시라부! 어서 보건실이라도 다녀와!"
" 우시지마의 서브라고 시라부!"
" 시라부 괜찮아?"
" 시라부가 우시지마 선배 서브에 맞았다고?"
감독님,코치님,친구들,선배들, 모두가 시라부가 우시지마의 서브에 맞았다는 소리를 듣고
술렁이며 그에게 안부를 물었다 우시지마의 서브는, 배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살벌한 서브니까- 그 서브를, '다리'에 맞았다는건
주장이될 시라부에게 악역향을 끼칠수도 있었다, 심지어 그는 '세터' 팀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였다.
"시라부, 고의는 아니다."
" 아, 압니다 우시지마 선배, 이건 제 잘못..읏-"
일어서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근육이 놀란모양인데- 라며 어쩌지 하고 고민하던 순간 이였다.
"시라부, 보건실에 데려다 주겠다."
우시지마가 나섰다.
" 아 괜찮습니다 선배, 파스 붙이면 금방 나을거에요."
"아니, 넌 이제 시라토리자와의 주장이다, 가벼운 부상일지라도 넘어갈수 없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의 단호함에 와시죠감독도 어서 시라부를 데리고 보건실에 다녀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라부, 걸을수 있겠나?"
"예 선배, 걸을수 있.."
일어서려고 하자, 다리가 저려왔다- 찌르르함에 주저 앉을 뻔한 시라부를 우시지마가 번쩍 안아 올렸다.
"아무래도 걸을수 없는게 확실해 보이군."
"아,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시지마 선배."
"아니, 넌 소중한 후배이다."
우시지마의 의미심장한 말에 시라부의 얼굴이 붉어졌다.
'오해 하면 안돼, 그럴리 없을 거니까.'
속으로 계속해서 다짐했다, 오해하지 않기로 이건 내가 멍청하게 다른 생각을 해 다친 탓에 이러시는것 뿐이라고.
"....."
그렇게 체육관에서 보건실로 가는길에 몇분의 정적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건 다름아닌 우시지마 였다.
"시라부"
"예 우시지마선배."
" 오늘이-, 내 고등학교 시절 배구의 마지막 날이다."
" ...... "
" 그 마지막 배구의 날을 너희와 함께 있을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제가 선배님께 -"
" 아니 시라부. 괜찮다. 넌 소중한 후배니까."
" ........ "
"넌 이제부터 시라토리자와의 주장이야, 못난 고시키를 훌륭한 에이스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
" 네 선배님."
" ...., 내가 예전에 그런말을 한적이 있지. "
" ....? 예? "
" 특별한 기술 따윈 필요 없다고, 단지 하나의 높은 토스만 있으면 된다는 - "
"아 , 그말 말씀이십니까, 선배는 얼마든지 그런말 하셔도 되지 않습니까."
" ... , 너의 토스이기에 높은 토스면 충분하다는 말이였다."
" ..... 예?"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기도 전에 보건실에 도착했고, 얘기는 멈추게 되었다.
나는 그날 그렇게 벤치에 앉아 연습을 지켜 보았고, 우시지마 선배는 단지 계속해서 후배들을 위해 강한 서브를, 강한 스파이크를 내려 꽂아넣을 뿐이였다.
카라스노와의 시합이후부터, 이미 인수인계를 다 마친 상태라 별다른 말은 없었다.
3학년들을 위한 후배들의 케이크, 롤링페이퍼- 그리고 약간의 눈물.
그 뿐이였다, 별다른 특별한 것도 없었다 , 다만 고시키가 너무 울어서 텐도 선배가 평소처럼 놀리시고.
옆에서 그걸 보며 웃는 세미선배, 레온 선배-,
그냥 평범한 날의 마무리 같았을 뿐이다.
그렇게 3학년을 떠나보내고 , 새 주장으로써 부실 정리를 마친후 텅빈 3학년들의 캐비넷, 특히 우시지마 선배의 캐비넷 을 바라보는건 꽤나 힘든 일이였다.
아직도 내가 주장이 되었다는게 , 3학년들의 졸업식이 다가온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
마지막 연습일 이후 졸업식 까지 쉴틈없이 바빠 더이상 우시지마 선배를 보지 못해 슬프다는 감정을 담아둘수 없었다.
3학년들의 졸업식을 위한 준비와 신입 부원들 모집 준비등 3학년 층에 기웃거리기는 커녕, 점심도 제때 먹을수 없었고,
그렇게 졸업식이 찾아 왔다.
우시지마 선배께 어울릴 꽃다발을 챙기고, 평소와 같이 흐트럼 없는 앞머리를 정돈하곤 졸업식장으로 향했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구부원들도 꽃다발을 챙겨왔다.
' 다행이야 나만 꽃다발을 챙긴게 아니라서.'
속으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를 빌며 졸업식장에서 선배가 나오길 기다렸다.
학생들 사이로 빼꼼히 올라온 장신의 3학년들 (물론 야마가타 선배는 빼꼼히 올라오시지 않았다 )
다같이 3학년들에게 가 졸업축하합니다! 라고 외친후 각자 꽃다발을 드리고, 다시 마지막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시라부."
고개를 살짝 올리자 우시지마 선배 께서 평소답지 않은-, 약간 경직된 모습으로 날 내려다 보셨다.
" 예 우시지마 선배."
" 다리는 괜찮나?"
" 예 괜찮습니다, 단순한 타박상이였으니 까요-"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치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 처럼 선배는 안절부절 하지 못해보이셨다- , 처음 보는 모습이였다.
"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 "
" .. 텐도가 그러더군,"
" 예? "
" 원래 졸업식에는 좋아하는 후배에게 -, 소매의 두번째 단추를 주는거라고 ."
선배가 손을 내게로 내밀었다, 소중한 무언가를 사수하기 위해 , 계속 열심히 쥐고 있었을것 이라고 느껴질만큼 -. 꽉 쥐어진 손이 였다.
" 넌내게 있어서 소중한 후배이고, 좋아하는 후배이다 시라부."
"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만 , 아마 텐도선배 께서는 - "
" 시라부, 나도 이정도는 안다- "
" ....예...?"
" 단순히 널 소중한 후배로 여기는게 아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스산이는 바람에 벚꽃이 일렁였다 - 바람에 일렁이는 벚꽃잎들이 마치 장대비처럼 우수수 흩날렸다.
"... 받아줄수.., 있나? "
벚꽃잎 몇송이가 뺨에 닿았다.
선배를 올려다보는 내눈엔 눈물이 일렁 거렸다.
" 얼마든지요 선배."
그렇게 , 그해의 봄은 따사롭게 피어났다.
오랜만의 원고작업이라 많이 어색하고, 또 걱정도 부담도 많이 되었습니다만,
우시시라를 연성한다는 마음에 들떠서인지 즐겁게 썼습니다! 너무 즐겁게 쓰는 바람에 읽으 실때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만약 읽고 나신후 읽는데에 불편하신 점이 있으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