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시선의 끝 1

​포포


  "저 배구부 나가겠습니다. 
  "시라부, 나는..."
  "더 이상 선배 귀찮게 안 할 테니까, 그만하셔도 됩니다. 그동안 폐 끼쳐드려서 죄송했습니다."

  감정을 절제하느라 꽉 잠긴 목소리. 눈물이 그렁그렁한 갈색 눈동자. 떨리는 어깨. 우시지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있었으나, 야속한 제 입은 굳게 다물어져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억지로 막았다.
  시라부의 말은 웅얼웅얼 이어졌다. 그저 듣기만 했다. 아니, 사실 듣고 있지 않았다. 물기어린 눈동자에 입맞추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움츠러든 작은 어깨를 끌어안고, 이제까지의 잘못을 모두 사과하며 용서를 빌고 싶었다. 우시지마가 자신을 받아들여 주기를 시라부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 이미 마음을 다쳐버린 시라부에게 자신의 마음을일방적으로 들이미는 것은 폭력이며 만일 그렇게 하면 시라부가 영영 자신을 떠나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용서를 구하지, 어떻게 마음을 돌리지. 몸은 시라부의 앞에 서 있었으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마음은 이미 저도 모르는 사이 먼 곳을 떠돌고 있었다.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상념들 사이로 시라부의 말이 들려와 우시지마는 눈앞의 시라부를 다시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이 슬픔과 자조로 묘하게 비틀어졌다. 저를 바라보는 탁기어린 눈동자에 우시지마가 흠칫 몸을 떨었다.

  "끝까지 선배는, 저를..."
  “시라부.”
  “부르지 마세요. 제 이름, 부르지 마세요.”
  “시라부, 그게 아니ㄹ”
  “부르지 마시라구요! 그렇게 무시하는 말투로, 깔보는 말투로, 선배는 항상..!”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시라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홱 고개를 돌렸다. 붉게 물든 뺨과 정처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의 말에서 소금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다시는, 볼 일 없을 거에요.”

  눈물에 젖은 말을 토해내고 저를 노려보다가 굳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어깨를 부딪힌 순간, 사랑해 마지않는 연두빛 향기가 팡 터지며 우시지마를 희롱하다 옅어진다. 등 뒤로 발걸음이 멀어지는 것이 싫었다. 잡아서 자신의 품 안에 두고, 상처준 만큼 사랑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우시지마의 목 끝까지 차오른, 시라부에게 꼭 해주고픈 말이 입 안에서 넘실대다 파도가 되어 나가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시라부를 잡으려 뒤돌아선 순간, 복도 끝에 있던 누군가와 우시지마의 눈이 마주쳤다. 카와니시. 우시지마가 눈에 띄게 굳었다. 터져나와야 했을 말은 다시 잔잔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카와니시가 소리없이 입만 움직여 뭔가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 우시지마는 알고 있다.

  죽어. 

  순수하게 적개심과 증오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우시지마의 목을 졸랐다. 며칠 전 실컷 두들겨맞고 선배들에게 끌려나가면서도 당신은 시라부를 죽일거야. 그 애는 당신 따위에겐 과분해. 죽어버려 우시지마, 하며 바락바락 소리치던 목소리가 우시지마의 발목을 잡았다. 한 발만 내딛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으나,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복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우시지마는 카와니시가 시라부를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라부가 남기고 간 텁텁한 말을 씹다가 이내 땅을 꺼트릴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시선의 끝

 

 

...

  우시지마는 시라부를 처음 만난 때를 기억한다. 신입부원 환영회랍시고 선배들이 간식거리를 들고 나타났고, 호탕한 외침과 함께 등장한 부장의 뒤로 잔뜩 긴장한 듯한 1학년들이 쭈뼛쭈뼛 들어왔다. 그 순간 머리를 혼미하게 하는 향기가 진동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향기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의 끝에 특이한 비대칭 모양 머리카락을 한 소년이 걸렸다. 아, 이상하다. 갑자기 어지럽다. 무릎에 힘이 풀려 잠깐 휘청거리는 우시지마를 텐도가 붙잡아주며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저 연두색의 새콤달콤하고 톡 쏘는 냄새가 저 모래색 머리한테서 나는데, 그 냄새를 맡으니 어쩐지 멀미를 하는 기분이라고 하려다가,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이상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퉁명스레 대꾸하고는 일어났다. 시선은 향기를 내뿜는 소년에게서 떼지 못하는 채였지만. 친구인 듯한 소년의 옆에 서있던 모래색 머리는, 그 소년이 뭔가 장난스레 이야기할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이며 곤란해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소년의 얼굴은 시시각각 붉어지고 있었다. 볼이 홍당무가 될어갈수록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좋을 때지, 하고 제 뒤에 들러붙어서는 그 둘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텐도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상하게 심사가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애석하게도 운명의 상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배구 바보는 자기가 맡은 향기가 무엇인지, 왜 시라부를 보면 머리가 아픈지 몰랐다.

...

 

  짜증인 줄 알았다. 시라부 켄지로라는 소년은 우시지마의 섬에 찾아온 태풍과 같았다. 우시지마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허우적거렸다. 그는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팟 튀는 빨간색, 때로는 차분한 푸른색을 띠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줄 몰랐다. 시선의 끝에는 자꾸 시라부가 걸리는데, 시라부가 보일 때마다 정체모를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 괴로웠다. 또 명쾌했던 자신의 일상에 멋대로 시라부가 난입해서는 시시때때로 머릿속에 들어와 온통 헤집어놓고, 아득한 곳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면 모래색 머리의 가녀린 소년만을 주시하며 그 향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감정이어서, 우시지마는 정체 모를 생경함을 느꼈다. 단지 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시지마라는 인물을 온전히 우시지마로 바라봐주는 시라부의 앞에만 서면 이성적인 시라토리자와의 왕자, 우시지마는 간데없고 시라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어하는 어린 와카토시만이 남는 기분이었다.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을, 그 이상한 기분과 그에 따라오는 거부감을, 우시지마는 짜증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시라부가 자신을 동경하고 추종하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더 무심하게 굴었다. 더욱 더 직선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시라부, 널 보면 짜증이 난다. 시라부, 내 주위에 얼쩡거리지 마라. 시라부, 너와는 같은 코트에 설 수 없다.

  시라부에 대한 적의가 뚝뚝 묻어나는 우시지마의 말과 행동에 배구부원들은 뭘 밉보인 건지 시라부는 참 불쌍하다고 수군거렸다. 웬만해서는 우시지마는 잘 건드리지 않았던 3학년들마저도 보다못해 우시지마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만큼은 냉기가 뚝뚝 떨어질만큼 차갑게 굴었다. 연습경기를 하다가 실수를 했을 때 날아가는 손찌검은 예사였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폭행도 운동부의 규율이라는 명목 아래 포장되어 가라앉았다. 모두가 시라부를 걱정했으나, 정작 시라부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우시지마에게 첫 눈에 반해서 시라토리자와까지 따라 왔다. 우시지마가 자신에게 어떻게 굴든 그가 좋았다. 우시지마가 자신의 향을 맡지 못한대도, 우시지마가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가까이서 그와 그의 배구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정을 알고 있는 타이치가 너는 배알도 없냐고 타박을 줬으나, 상관없었다.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때로는 유리보다 더 깨지기 쉬워서,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진 이도 사랑하는 이에게 끊임없이 잔인하게 거부당하면 심장이 깨져버린다는 것을, 어린 시라부는 몰랐다. 

...

  우시지마가 언제 자기 마음을 깨달았는지는 사실 본인도 잘 모른다. 우연히 본 기사에서 사람의 센트와 운명의 상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였을까. 우와 맙소사, 운명의 상대가 내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낭만적이잖아~ 하고 감탄하는 텐도와 그걸 아직도 몰랐냐고 핀잔을 주는 세미를 뒤로하고 우시지마는 비척비척 교실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그 아이가, 나의, 운명의 상대라는 거구나.

  시라부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 알아서 갑자기 그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거부감에 더 가까운 감정이었을 거라고, 우시지마는 생각한다. 제가 이성애자인 줄 알고 자라온 우시지마의 이성은 자기 운명의 상대가 남자라는 것을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업에 집중하려 했으나, 그 모래색 머리가 찰랑찰랑 흩날리는 모습과, 저를 보면 얼굴이 발그레지며 우시지마상! 하고 달려오는 모습만 떠올랐다. 맙소사. 우시지마가 머리를 싸맸다. 인정하자. 나는 그 아이를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어.

  꽃봉오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그것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우시지마는 제 감정이, 짜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

  시, 라, 부. 시라부, 켄지로. 켄, 지로. 우시지마는 한 소년의 이름을 사탕처럼 입안에 굴린다. 라임맛이 나는 이름이다. 귀여운 이름은 아니었다. 사내아이의 이름이니까. 그런데도, 어쩐지 그 이름은 연두빛깔의 향기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우시지마는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반 친구들은 그 우시지마군이, 웃었어! 방금! 하고 수군댔으나, 이미 다른 곳에 마음을 뺏겨버린 우시지마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날 연습에서 시라부는 처음으로 우시지마에게 질타를 받지 않았다. 무척 부드러워진 눈빛에 놀란 시라부는 드디어 선배가 제 마음을 받아들인 걸까 혼자 김칫국을 마시며 카와니시에게 답지않게 호들갑을 떨었다. 있지, 우시지마 선배가 드디어 날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하며 들떠있는 친구와 달리 감 좋은 카와니시는 어쩐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연습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간 우시지마는 노트북을 켜고 센트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답지않게 발그레하게 볼까지 붉히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검색한 결과는, 그러나, 우시지마에게는 처참한 것이었다. 

  -센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의 센트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개방된다. 그것은 꼭 운명의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은 자기 운명의 상대의 센트만을 맡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센트를 조절할 수 있으나, 전체 인류의 0.1%정도 존재하는 열성 센트들은 자신의 향을 조절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었다. 우시지마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일렁였다. 누군가를 좋아해야 향이 개방된다는데, 우시지마가 처음 시라부를 만났을 때 이미 시라부는 향이 개방된 상태였기 때문에. 문득 시라부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이 스쳐지나갔고, 황록색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구나. 그건 아마, 카와니시겠구나. 불쾌함이 우시지마의 온 몸을 휘감고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홍조를 띠고 있던 소년의 얼굴은 단전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불쾌감에 사로잡혀 일그러졌다. 운명의 상대가 남자라는 것에 잠시라도 거부감을 느꼈던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간데없고, 질투에 눈이 먼 폭군만이 남았다. 아귀가 맞지 않는 줄도 모르고 제멋대로 퍼즐을 끼워맞추고는, 오해로 단단한 성을 쌓아 그 안에 자신을 가두었다.

...

  시라토리자와 학원 배구부는, 겉으로 보기엔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코트 위의 절대왕자. 나가는 시합마다 연전연승.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승리.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원들 모두 폭군의 눈치를 보느라 예민해진 상태였다. 시작은 우시지마의 태도 변화에서부터였을 것이다. 시라부를 잔뜩 들뜨게 했던 우시지마의 다정함은, 유통기한 하루짜리의 변덕에 불과했다. 누구든 시라부와 말을 하거나 접촉을 하는 사람도 우시지마의 타겟이 되었다. 어쩌다가 서로 장난이라도 친 날에는, 연습 내내 괴물같은 서브와 스파이크를 받아내야 했다. 명백히 시라부를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였고 그것을 눈치챈 다른 부원들은 시라부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지만 카와니시만은 시라부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보라는 듯이 빤히 눈을 마주치며 사이좋게 시라부에게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장난도 자주 쳤다. 그래서 언제나 카와니시의 팔은 멍투성이였다.

  연습이 끝나고 뒷정리까지 마친 뒤 샤워를 하고 부실에 둘만 남으면 카와니시는 그제서야 툴툴거리며 기합이라도 주는 게 낫지, 연습 때 그렇게 갈구면 아무 말도 못 하지 않냐고, 잔뜩 부은 팔에 파스를 바르며 투덜댔다. 친구의 팔에 멍이 짙어질 때마다 시라부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살이 찢어져 결국 팔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제 친구에게 미안해 일부러 피하기도 해 보았으나 카와니시가 불같이 화를 내는 바람에 오래 가지 못했다.

...

  시라부는 우시지마를 좋아한다. 맹목적인 감정이었다. 제게 무슨 짓을 해도, 때려도, 폭언을 퍼부어도, 그것은 시라부가 감내하면 될 일이었기에 남들이 미련하다고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가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친구가 다치는 것도, 자기로 인해 부 전체에 폭발할 것 같은 예민한 긴장이 감도는 것도, 그래서 모두가 자신을 피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도 15세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감당하기엔 벅찬 일들이었다. 시라부의 심장에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시지마를 보면 두근두근하던 분홍빛 마음에 어느샌가 두려움과 아픔이 섞여들었다. 한번 섞여든 그림자들은 갈수록 그 부피를 키우며 시라부의 마음을 탁한 색으로 물들였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위통처럼 묵직하게 횡격막 부근에서 퍼지다가 우시지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대못으로 변했고,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차가운 말을 듣는 순간 시라부의 심장을 폭격했다. 그래도 시라부는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으나, 춘고 예선에서 토스 실수를 하는 바람에 대기실에서 뺨을 맞은 날 결국 심장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험악한 얼굴로 무엇인가 다그치는 우시지마의 말이 웅- 하는 잡음에 가려 부옇게 흩어졌다. 시라부는 발기발기 찢어진 제 마음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온 몸을 적시는 것을 느꼈다. 앞이 흐려지며 시야가 기울어졌다.

  시라부가 쓰러졌다. 어, 이러려던 게 아닌데. 우시지마는 놀란 듯 제 손과 쓰러진 시라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창백한 낯빛. 감은 두 눈. 그리고 얼굴을 가득 덮은 커다란 손자국. 우시지마의 동공이 정처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어?

  우시지마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굳어버렸다.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물통들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에 모두 정신을 차리고 그 쪽을 바라보았다. 드링크를 만들러 갔던 카와니시였다. 놀란 표정으로 잠시 우두커니 서 있는 우시지마와 쓰러진 시라부를 보다가, 이내 그 눈에 분노가 가득 끓어오른다.

  “X발, X같은 새끼.”

  험악한 표정으로, 들어본 적 없는 험한 욕을 중얼거리며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우시지마를 팍 밀치고 시라부를 업고 나간다. 선배에게 욕을 하는 것은 시라토리자와 학원 배구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 표정에 가득한 살기 때문에 아무도 카와니시를 잡지 못했다.

우시지마가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아는 열성 센트 시라부와 시라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아는 우시지마의 쌍방 삽질물. 설정날조가 있으며 캐해석에 따라서는 캐붕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 월간 우백의 모든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 Twitter Clea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