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우백 이야기1회

이리

  나에게 동화 속 주인공같은 친구가 생기면 어떨까.

  운명같은 만남으로 인해 만난 사람들.

  마치 신데렐라와 왕자님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과 신분이 낮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왜 어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걸까.

 

 

 

*

 

 

 

 

 

  "빌어먹을,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귀한 집 자제분께서는 이런거 집에 많을거 아냐? 하나 쯤은 우리같이 불쌍한 거지들한테 줘도 되잖아. "

 

  추운 날씨 때문인지 나무들은 이파리 하나 들고있지 않았고 건물들과 건물들 사이에 흐르는 강 마저 얼어버렸다.

  그리고 주로 벽돌로 만들어진 집들 사이 골목길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말소리가 시끄럽게났다.

  가난한 집 아이들인지 다 헤진 옷을 입고 있는 아이 대여섯명과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아이 한 명.

  뒤로 넘어져 땅에 주저앉은 어린 아이는 값이 꽤 나가보이는 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부잣집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아이의 머릿결도 매우 고왔고, 비대칭으로 자른 갈색 머리칼의 앞머리마저 매우 단정해보였다.

 

 

  부잣집 아이의 목을 둘러싼 레이스의 정 중앙에는 무언가가 강제로 뜯겨나간 듯 실밥이 지저분하게 매달려 있었고, 그 아이를 둘러싼 아이들의 손에는 반짝거리는 보석이 달린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 이 망할것들이! 당장 내놔! "

 

 

  넘어졌던 아이가 가난한 아이들 무리에게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무리의 아이들은 부유한 아이보다 두어살은 더 많은 듯 체격이 더 컸고 결국 넘어졌던 아이는 다시 힘에의해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브로치 당장 내놔!"

  "브로치에 뭐가 적혀있는데? 뭐라고 적혀있는걸까~"

 

 

  아이들 무리는 조그마한 아이가 뭐라고 하는지 관심없다는 듯 브로치에 필기체로 적혀있는 영어에 관심을 보였다.

 

  Sirabu

 

 

  "시라부? 시라부라고 적혀있는데?"

 

  "시라부? 시라부 망한가문 아니야?"

 

  "누가 망해!!"

 

 

  아이들이 비아냥거리며 주저앉은 시라부를 내려다보았다.

  시라부는 아이들의 말에 불끈 주먹을 쥐어내보였다.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막말로 집안이 망했다는 말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듯 날카롭게 아이들을 노려보기까지했다.

 

 

  "어쭈, 째려보면 어쩔건데. 이런 이름같은거 들어본 적도 없어!"

 

  "너희 같은 농노들이-"

  "난 있다."

  아이들의 뒤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이들의 뒤를 돌아보았을 땐 적어도 아이들보다는 머리하나는 더 큰 아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초록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는 천천히 입을 뗐다.

  "우시지마?"

  "친구를 괴롭히는건 좋지 않아."

  우시지마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분하다는 듯 자신의 입술을 세게 물어뜯었다.

  "귀족애들은 집에 이런거 얼마든지 있잖아?!"

  "그걸 꼭 가져야하는 이유라도 있나."

  "이거 값어치가 얼마나 하는데! 시장에 내다 팔기만해도.."

  "그런 나쁜 짓으로 돈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너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우시지마는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동화를 다섯개 정도를 꺼내었다.

  그리고서는 아이들을 향해 내밀었다.

 

  "이거랑 바꾸지."

  "야! 그 돈을.."

  "적어도 그것보다는 좋을거다."

  "잠시만, 그거 그렇게 싼거 아니거든!"

  "너희는 나에게 한 개를 주지만 나는 너희에게 다섯개를 주지 않나."

  

  "쳇."

 

 

  아이들은 조금 껄끄러운 표정으로 우시지마의 손에 브로치를 올려놓고 동화 다섯개를 가져갔다. 시라부는 황당한 얼굴로 멀어져가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이 잘 가는지 확인이라도 하듯이 쳐다보는 우시지마의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지금, 브로치를 만질 수도 없을 저 값으로 내 브로치를 산거야?

  적어도 2파운드는 되는 저 브로치를?

  시라부는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저 멀리 아이들의 형체가 사라지자 그제서야 시라부를 내려다보았다.

  "옷이 많이 더러워졌다."

  "저리 치워!"

  우시지마가 일으켜주려는 듯 시라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한 번 쳐다보고서는 우시지마를 노려보며 매섭게 손을 내쳤다. 그러자 우시지마가 손을 거두고서는 브로치를 시라부에게 건네었다.

  "뭐야-"

  "네 브로치 아니었나?"

  "뭔.. 맞는데.."

  시라부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얼굴. 누가봐도 계급낮은집안의 아이다. 그런데 지금 나한테 이 브로치를 건네는건가?

  시라부는 미친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했다.

  지금 저 아이는 저 브로치를 5페니에 구매한거다. 

  5페니면 농노들에게는 파격적인가격이다. 잘 벌어봤자 월 24페니니까.

  그러니까 이 아이는 집에가서 신나게 두들겨맞을거란 그 소리다.

  "너희들은 산수 못해?"

  "문제 없다만."

  "1실링이 얼마정도의 가치야?"

  "12페니."

  "그럼 1파운드는?"

  "20실링."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 혹시 화폐의 단위에 대해서 모르는건가."

  "뭐래 그런거 아니거든!"

  시라부는 당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시지마를 올려다보았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산수를 못하는 것도 화폐 단위도 모르는것도 아니다.

  "너 지금 너가 얼마줬는지에 대해서는 알아?"

  "5페니를 주었다만."

  "너 그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만한거 맞아?! 꼬라지는 왜 그 모양인건데?"

  "우리집이고 내 친구들이고 다 이런차림이다만. 안타깝게도 난 귀족이 아니다."

  "미친거아냐?!"

  우시지마는 시라부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그렇게도 이상한건가. 아니면 내가 귀족이 아니란 점이 신기한건가.

  반면 시라부는 가면 갈 수록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지금 자기 눈 앞에 서있는 이 아이는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농노의 자식이다.

  못벌면 한달에 12페니를 버는건데. 지금 거의 반쪽 재산을 자신에게 투자했다는 것이다.

  "네 물건을 돌려준다는게 그렇게도 이상한건가."

  "뭐..뭔.."

  "귀족들은 하나같이 알 수가 없군. 대체 왜 그러는지."

  "뭐야?!"

  우시지마는 눈썹을 살짝 찌푸려보이고서는 허리를 숙여 주저앉아있는 시라부의 배 위에 브로치를 살짝 올려다놓았다. 시라부는 우시지마가 허리를 숙이자 살짝 겁을 먹었었는데 이내 자신의 위에 브로치를 올려놓고 뒤돌아 서서 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황급히 우시지마를 불러세웠다.

  "이, 야!"

  시라부의 부름에 우시지마가 몸을 돌려 시라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그니까!.. 나. 안일으켜줄거야?"

  "아까는 싫다고 손을 내치지 않았나."

  "시,싫다고는 안했어!"

  시라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농노 앞에서 뒤로 나자빠져서 옷은 잔뜩 더러워지고 아까 그 성질나쁜 아이들때문에 옷 한가운데가 튿어지고. 지금은 농노에게 손을 내밀어달라고 하다니. 귀족으로서의 체면은 다 떨어져버린셈이다.

  하지만 시라부는 왜인지 우시지마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혼자 일어날 수 없는건가."

  "그런거 아니거든?!"

  손을 건네며 하는 우시지마의 말에 시라부가 발끈했다. 시라부는 한 손으로는 자신의 브로치를 꽈악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약간은 껄끄러운듯한 태도로 우시지마의 손을 잡았다.

  "어.."

  시라부는 부드럽고 조금은 차가운 우시지마의 손 감촉에 놀란 얼굴을 했다. 

  평소 어른들은 농노에게 '더럽다'라고 칭하며 농노와 닿기라도 했다 하면 끔찍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그 날 그 옷을 버리기 일쑤였다.

  시라부는 그런 어른들의 반응을 보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농노들은 더럽구나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농노들의 손은 끈적끈적하고 냄새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왜 일어나지 않는거지?"

  "아니, 그.."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말에 흠칫하고서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그리고서는 손바닥을 코에다 가져다대보았다. 딱히 향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향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냄새라도 나는건가. 왜 코를 막고 있지?"

  우시지마는 자신의 옷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아, 그런거 아니야."

  시라부는 손을 치우고서는 우시지마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농노 아이들은 다 이런걸까. 그럼 아까 아이들은 뭐지? 그 아이들에게도 고약한 냄새가 안나는걸까.

  아니면-.

  "어.."

  시라부가 우시지마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조금은 흐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구름조각들이 시라부는 너무 반갑게 느껴졌다. 매년 기다리는 이 순간.

  시라부는 문득 오래 전, 책을 읽으며 매일 마음속으로 되새겼었던 옛날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신분이 낮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왜 어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걸까.

  시라부는 옛 생각을 끄집어내니 괜스레 우시지마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농노와는 어울리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은 듣고싶지 않아졌다. 어른들은 항상 거짓말투성이라는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아까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 드는 천박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부류와는 전혀 달라보이는 우시지마가 시라부의 눈에는 그저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왜 그렇게 쳐다보지?"

  "아, 그. 어."

  시라부는 이 순간을 언젠가 책 속에서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특별한 순간은 언제나 주인공이 최고의 친구를 만날 때.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순간이었다. 

  괴롭힘을 당하던 도중 자신을 구해준 우시지마. 우시지마의 첫 만남에 내리는 첫 눈.

  "아니-.. 그으.. 눈이. 내려서.."

  "눈 내리는거랑 나를 쳐다보는거랑 연관성이 있나..?"

  "아주... 많이.."

  시라부가 7번째 맞이하는 첫 눈은

우시지마와의 길고 긴 인연줄을 처음으로 잡는 순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가 멍 때리고 서있자 먼저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하나 알려주자면 여기 쥐가 많이 나온다."

  "뭐?!"

  우시지마의 말에 시라부는 헐레벌떡 우시지마의 뒤를 쫓았다.

우시지마의 뒤를 쫓아 그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골목 안에서보다는 훨씬 많이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자 시라부의 가슴이 한 껏 부풀아올랐다.

  불량아들에게 잡혀들어올 때만 해도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았는데.

  시라부는 아까와 같은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풍경들이 아름다워보였다.

이게 바로. 세상이 아름답다는거구나.

동화속 주인공들은 이런 기분이었겠지-.

  시라부는 옆에 서 있는 우시지마를 양 손으로 꾸욱 쥐고서는 신난 어린아이마냥 떠들어댔다.

  "너는, 너는 특별한 사람이지?"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만."

  "아니야, 너는 특별한 사람일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군.."

  나에게 동화 속 주인공같은 친구가 생기면 어떨까.

운명같은 만남으로 인해 만난 사람들.

마치 신데렐라와 왕자님처럼.

  우시지마는 시라부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라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우시지마의 반응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의 할 말을 내뱉었다.

  "혹시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 못 할건 없다만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시라부는 우시지마가 하는 말의 긍정적인 부분만 받아들였다.

  첫눈이 오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운명적인 만남처럼 느껴지는 이 만남에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지금 자신은 가졌다는 생각에 시라부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의 말같은거,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첫눈과 함께 시라부는 자신이 어린아이의 티를 벗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나 했었던 그 생각을.

이번에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 생각을

다시 한 번 끄집어냈다.

  백작 가문의 자신과

가장 가난한 집안의 우시지마.

신분이 높은 사람과 신분이 낮은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왜 어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걸까.

사용한 주제는 나름 첫눈입니다 ㅠㅠ 주제에 맞춰쓰는거 정말 못해서 이게 무슨 횡설수설을 쓴건지 매우 걱정이됩니다. 8ㅁ8

제목도 작명센스도 없었죠 하하.. 그리고, 시라부가 어린아이의 티를 벗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졸업이라고 넣었는데 그렇게 느껴졌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세시대 느낌으로 나름 알아보면서 적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는진 모르겠습니다..! 시라부와 우시지마가 언제 어른이 되어 사랑을 나눌진 모르겠지만 그 때 까지 함께해주시길 감히 바라겠습니다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 월간 우백의 모든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 Twitter Clea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