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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첫사랑

김철수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생각했다. 이별은 모든게 다 끔찍하고, 보고싶어 밤을 지새우고, 떠난 그 사람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역시 내 그런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 모든게 정답인 것은 아니었다. 아픔과 동시에 아름다웠다. 그리움과 동시에 사랑했고, 미워하지 않고 더 사랑했다. 그 사람은 떠나는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웠으니까. 그동안 미안했다며 자기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상투적인 말만을 남기고 가차 없이 뒤돌아 제 시야를 벗어나는 그 모습마저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으니까. 역시 미쳐버린건가 하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반쯤 미쳐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별반 다를것 없다. 그가 없는건 여전하니까.

 

그와 헤어진 후 집으로 오는 길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그의 마지막 뒷모습만이 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은 채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만 생각하며 한밣 한발 걸음을 옮겼다. 금방이라도 그 모습이 없어질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냥 혹 쓰러져 버릴까. 그럼 그가 다시 오지 않을까. 실없는 생각으로 터벅터벅 집 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겨우 집 앞까지와 대문에 몸을 기대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렇게 눈물을 삼켰다. 숨이 막힐 정도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나 가득했다. 집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꽤나 확신할 수 있었다. 중학교 이후로는 내게 그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그 사람을 안 후 부턴 그 사람만 사랑했고 그 사람을 동경했으니까. 겨우 정신을 붙잡곤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가 아닌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밖에 없었다. 그건 참 비참한 일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해는 지고 달이 생겨났다. 하지만 볼 순 없었다. 자욱한 안개에 가려져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으니까..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역시나 그 사람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헤집고 다녔다. 아름답지만 슬펐다.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그 사람은 언제나 그랬다. 내가 그를 동경할때도 짝사랑 할때도 함께 사랑할때도 그리고 이별했을때 마저도 그는 미치도록 슬프고 미치도록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눈을 감았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영원의 잠을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램과는 다르게 어느새 아침이 성큼 다가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잠에서 깨 얼굴을 만져 보니 뺨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 꿈에 그 사람이 나왔었다. 꿈속에서도 꿈인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다시 내게 돌아올리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그 사람을 안았다.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그를 잡고 잔뜩 울었다. 꿈속에서도 뺨은 천천히 젖어 들어갔다. 다만 현실과 하나 다른 점은 꿈에서는 내 뺨을 다정한 손길로 쓸어주는 니가 있었다는 것.

 

뺨을 쓸어 눈물을 지워냈다. 그리곤 한번 웃어 보았다. 그 사람은 내가 웃는 걸 좋아했다.

 

-넌 웃는게 훨씬 예쁘다 시라부

 

무뚝뚝하지만 다정하게 울려 퍼지는 말이 좋아 그의 앞에서는 항상 웃으려고 노력했다. 원채 웃는 성격이 아니라 힘들었지만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것 하나였다. 제 자신도 그의 말 하나에 이렇게 달라질지 몰랐다. 그는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 미소를 다시 지어 보았다. 그가 예쁘다고 했던 그 웃음. 환한 웃음이었지만 슬픔이 잔뜩 묻어났다. 그가 없었으니까.

 

그와 이별을 한지 어느새 한 달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가 없는 하루하루는 전과 매우 달랐지만 많은 부분이 똑같았다. 여전히 학교에 가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친구를 만나고, 울지는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과 똑같은 상태. 이별은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운 만큼 후유증은 진하게 남았다. 그때 그냥 그 사람을 잡을껄, 잘못했다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잔뜩 상투적인 말을 써서라도 널 내 옆에 붙잡아둘걸.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때면 오히려 그가 날 떠난게 다행이라고, 안잡는게 맞는 일이라고 애써 위로하곤 했다. 그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빛나고, 멋있고, 나 따위가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그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제 스스로를 애써 달래곤 뺨이 눈물로 잔뜩 젖어갔다. 그의 생각에 잠에 들지 못하는 날도 숱하게 있었다. 그럴때면 항상 베란다에 나가 별을 세곤 했다. 그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잠이 오지 않을땐 별을 세봐라 시라부. 

 

도쿄는 미야기와 다르게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생각에 잠 못 이룰때는 언제나 잘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며 새벽을 보냈다. 별 하나, 별 둘. 이걸 다 세면 왜인지 그가 다시 돌아올거 같았다. 항상 다 세고 싶어 안간힘을 썼지만 그게 될리는 없었다. 또 다시 비참함이 밀려 들어왔다.

 

여전히 하루하루를 그의 생각에 잠겨 보냈다. 왜 그리 잊혀지지 않는 사람일까, 한번 만나고 헤어지는 숱한 우연들처럼 그도 그냥 우연으로 스쳐 지나가면 좋을텐데. 그럼 그 아름다움 때문에 아플 일도 없을거고, 그이 생각에 잠겨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며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는 일도 없을텐데. 그냥 이대로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간혹 했었다. 그럼 장레식에서라도 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미안하다고 하며 계속 기억해 주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말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그냥 그가 보고싶었다. 다시 만나고 싶었과,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으며,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한달 하고도 열흘 되었다. 그와 내가 헤어진지. 굳이 세려고 하지 않았지만 셀 수 밖에 없는 너와 헤어진 날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조금 울었다. 그래 이건 그와 자주 가덕 까페에 오랜만에 가서 그런거라고 심심치 않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전했다. 아직도 그와 자주 가던 길만 가면 눈물부터 나고, 그와 자주 먹던 걸 먹을때도 눈물을 흘리고, 그와 봤던 영화, 같이 듣던 노래, 아주 사소한거라도 그와 한거라면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와 울게 만들었다. 저번엔 그와 재밌게 봤던 코믹한 영화를 보다 울었다. 진짜 미쳤구나, 실소를 흘리며 눈물을 맺힌 눈가를 벅벅 닦아냈다.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잔뜩 구역질을 뱉어 내곤 세수를 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그 모습은 매우 초라해 보였다.

 

-멍청한 자식

 

중얼거렸다. 그는 왜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매정하게 차이고도, 떠나고 연락 한번 없음에도 이렇게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미련 갖게 되고. 스스로를 멍청하다 생각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미련이 내 안에 깊게 잠식되 있는거, 그 때문에 매일 아프고, 언제나 슬픈 감정만을 느끼며 하루하루 숨을 쉰다는 거.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멍청하고 미련한 제 자신을.

 

언제가 되야 그 사람을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지독히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고, 아직 사랑하면서도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 그렇게 남지 않게 해달리며 하늘에게 빌었는데, 이제는 전부가 되어버린 그를 뺏어가지 말아달라며 빌었다. 이루워 지지 않았네.

 

그와 헤어진지 드디어 1년째 되던 날이었다. 이제 그를 많이 있었다. 헤어지던 첫날 처럼, 그 아름다웠던 모습처럼 머리에, 가슴에, 기억에 자리 잡았다. 여전히 사랑했지만 그 마음을 숨길 줄도 알았고 다름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척 다른 연애를 해보기도 했3다. 다 얼마 못가고 금새 헤어지긴 했지만. 그와의 이별이 딱 그 만큼의 아픔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루 이틀이면 잊고 일주일이 흐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는.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아팠고, 처음이라 그런지 마지막까지도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마 평생 그 사람을 잊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한걸 후회하진 않을거야. 그동안은 정말 행복했으니까. 진심으로, 온 마음으로 그를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그도 그랬을 거라고 믿으니까. 

 

-우시지마 와카토시

 

그 이름은 뇌리에 박혀 평생 없어지지 않을거야. 언제나 그의 생각을 하며 아파하겠지.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울고 웃다 이런 자신이 비참해져 자기 혐오에 빠지겠지. 이미 다 아느 애기였다. 안봐도 뻔한 이야기 들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를 잊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언제나, 평생토록 그의 안에 갇혀 오로지 그만 그리워 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게 바로 나였다.

언제나 못난 연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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