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USSR
Refusal (1)
믕믕
내가 네 피를 먹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나를 밀쳐내며 당신이 차갑게 던진 말은 나를 건드리기에는 너무 가벼운 말이었다.
‘동물 피 보단, 사람 피가 나으실 테니까요.’
‘안타깝지만 난, 사람 피 따위 먹지 않아.’
뱀파이어인 당신이 마치 사람 피를 경멸이라도 하듯 말하는 투가 꽤나 가소로워서 웃음이 났다.
***
“우시지 마상! 오랜만에 낚시를 해서 생선을 좀 가져왔는데..”
앞에 펼쳐진 장면들은 눈살을 찌푸리기에 당연한 장면들이었다. 방 안 곳곳에 피가 튀겨져 있고 동물이라 하기도 뭐한 동물의 형체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처참히 쓰러져 있었으며, 그 사람의 손과 옷, 그리고 얼굴은 피로 가득 물 들어있었다.
“아.. 시라부..”
이어 다짜고짜 목에 이빨을 박아오는 우시지 마상을 볼 수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쏟아져 오는 아픔에 약한 신음을 냈지만 들리지 않았는지 멈추지 않았다. 온 힘을 다 해 밀어내니 어느 순간 힘 없이 나약하게 온통 피 투성이가 된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은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 만 같았다. 알 수 없는 혐오감이 들었다.
피 투성이가 된 방 안을 치우고 차마 눈 뜨고 제대로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물체까지 직접 흔적을 없앴다. 우시지마 상의 몸을 닦아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 후로 도망치듯 방 안을 나왔다. 정신이 빠진 사람처럼 걷고 또, 걸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벌써 집 앞에 닿아있었다. 그 후로 며칠을 계속 사람이 어디 한 곳 잘못된 마냥 살았다. 그 기간 동안 우시지 마상 역시 만나러 가지 않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만났던 사이였는데. 만나러 가야 한다는 마음이 세게 드는 반면 정체모를 두려움이 일어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
“우시지마 상. 계세요?”
“... 안에 있다.”
우시지마 상의 집 앞에 도착 한 지는 벌써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언제 한 번은 만나 대화를 나누어 봐야 할 것 같기에 무작정 찾아오기는 했으나 막상 도착하니 한 달 전 그 일이 떠올라 몸이 부르르 떨렸다.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말로 부르기를 택했다. 아주 잠깐의 공백의 이어온 대답에 긍정의 힘을 가지고는 안에 들어섰다. 물론 두려움도 깃들어 있었다.
“세상에.. 집이 이게 뭐예요? 밥은 먹고 계시는 거예요? 세상에나 먼지 좀 봐! 이거 집 좀 치워야겠네. 조금만 기다려요. 집 만 치우고 밥 해줄 테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기는 뭘 있어요. 좀만 기다려요.”
뒤 이어 들려온 말에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무뚝뚝 하기는 했지만 그게 절대 고의가 아닌 것쯤은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이성을 잃고 소리를 쳤다.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닥쳐온 현실에 두려웠다. 어느 게 진짜 우시지마 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두려움이 더해졌다. 온몸이 떨려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 그대로 주져 앉았다. 그와 동시에 정신도 잃었다.
*
“일어났나, 시라부. 아깐 내가 미안하다. 그냥 감정이 좀..”
“괜찮아요. 괜찮은데..”
눈을 떠 보니 우시지마 상의 침대였다. 포근하게 감싸 오는 우시지마 상의 향이 좋았다. 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물수건을 갈아오는 우시지마 상이 보였다. 지금까지 계속 간호해 주고 있던 거였나, 꽤 늦은 시간처럼 보이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울컥, 하고 무언가 올라왔다. 미안하다며 말해오는 음성이 좋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모든 게. 제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실제론 어떤 모습인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좋았다. 무턱대고 괜찮다 웃어주었다. 정말로 괜찮으니까.
“우시지마 상은.. 어떤 사람이에요?”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참지 못 했다.
“나는..”
그 뒤로 들려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소엔 상상도 하지 못할 말이었다. 순간 몸이 뒤로 빼 졌다. 뱀파이어라니,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얘기가 진실인가. 의심이 들었다.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약간의 혐오감과 거리감을 담은 표정을 지은 듯했다. 미안함과 동시에 이기적인 마음이 생겼다.
“저번에 내가 네 피를 취하려 한 것은..”
“그건.. 넣어둬요, 우리. 한 달씩이나 지난 일이고, 저도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넣어둬요. 응?”
마음이 아려왔다. 이기적인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오랫동안 숨어 이렇게 지냈을 거라 생각하니 슬퍼졌다. 피를 취하고 싶을 때 취하지 못하고, 동물의 피로 대신했어야 했을 앞에 있는 사람이 안타까웠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라왔다.
짧은 시간에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제 마음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뱀파이어고 또.. 사람의 피는 취하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
“걱정, 안 해요. 우시지마 상 못 믿을까 봐서요?”
그날 밤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피를 취하고 싶을 땐 어떻게 대쳐 하는지. 모든 주제가 뱀파이어, 우시지마 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
아침 날씨가 좋았다. 햇빛은 눈이 아플 정도로 쏟아져 내려왔고. 집 앞 꽃 향기가 잘 맡아지는 그런 날이었다.
“우시지마 상! 오늘 날씨도 좋은데 낚시, 어때요?”
“.. 좋다.”
*
날씨도 좋은 날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러 나온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제 앞에 시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하겠다고 나서 낚시 대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지어졌다.
“우시지마 상 낚시 어때요?”
“지루하다. 몇 시간째 앉아만 있다.”
“그건 우시지마 상 낚시 대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서 그래요. 제 탓이 아니라고요.”
“내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제 낚시 대에는 벌써 여럿 걸렸다고요!”
그렇게 한 참을 앉아 낚시만 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조금씩 추워지는 날씨에 그만 접고 집에 가자고 하려는 찰나 옆에 괴로운 듯 몸을 틀어대는 우시지마 상이 있었다.
“시라.. 부.. 먼저 집에..”
“우시지마 상! 괜찮아요? 왜 그러세요!”
아무리 괜찮냐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몸에 손만 닿아도 끔찍이 털어냈다. 정신이 빠진 사람 같았다. 당혹스러운 와중에 든 생각은 ‘절대 혼자 두면 안 되겠구나’였다.
“우시지마 상! 정신 차리세요! 제가 누군지 알겠어요?”
“시.. 라부.. 시라부.. 켄지로.”
다행히 시력은 정상인 듯했다. 사람을 구분할 줄도 알았다. 집까지면 안전하게 데려가면 되었다.
“우시지마 상 걸으실 수 있겠어요? 우리 집 까지만 가요. 응?”
“아.. 아아.. 피..”
“피..? 피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럼에도 제 앞에 있는 위태한 사람을 져 버릴 순 없었다.
“잠시만요. 제 피가..”
“네.. 피 말고..”
당혹스러웠다. 주변에 피를 가진 사람은 제 몸 밖에 없었는데. 피를 원하면서 자신의 피는 원하지 않았다.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순간 갑작스러운 고통이 찾아왔다. 눈을 돌려보니 제 목에 그 원인이 있었다. 얼마 전 그 상황과 같았다. 목에 깊에 찌른 날카로운 이빨, 제 자신도 주체 하지 못 하는 듯한 크고 단단한 몸. 그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었다. 그럼에도 무섭지 않았다.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환희’ 랄까. 항상 존경해 오던 그에게 자신의 천한 몸뚱이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니.
어느 정도 피가 빠져나간 것 인지 눈 앞이 빙글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그런 제 상태를 알았는지 깊에 박아왔던 이빨을 빼 손으로 제 목을 감싸 안았다. 그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
“시라부!! 괜찮나?”
“아.. 우시지마 상..”
일어나자마자 눈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에 기분이 좋아 아무 일 없었던 듯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제 손은 철저하게 무시당하였다.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 왜..”
“... 아.”
뜸을 들이는 듯한 말에 별 다른 의미 없이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대답.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상대가 지신의 피를 다 빨아들였을 때 보다 더.
“아.. 혹시 제 피를 먹으신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정답이었다. 얘기가 나오자마자 눈에 띄게 달라지는 표정, 그리고 행동.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과 달리 눈에는 무언가 쏙 빼져 있는 느낌이었고, 몸에는 힘이 없어 축 늘어뜨린 체 있었다. 우시지마 상은, 무언가 이상했다.
“저는 괜찮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어요! 정말 괜찮아요 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머릿속이 빙 돌았다. 대체 언제까지 입을 꾹 닫고 있을 셈인지, 속 시원히 터 놓고 말하면 좋을 텐데 머리만 아파왔다.
***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지 2달이 다 되어갔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만나러 와도 말은커녕 제대로 얼굴도 마주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속이 풀릴 셈인지 조금 더 대화를 하지 않은 이 상태로 유지해도 풀리긴 풀리는 것인지. 불안함만 커져갔다.
“우시지마 상! 대체 언제까지 이러실 껀데요? 제 피를 먹은 건 고의가 아니었잖아요. 지금 저도 이렇게 건강하게 우시지마 상 앞에 있는데 대체 뭐가 걱정인 거예요?”
한계였다. 조금만 더 사이가 멀어진다면 되돌릴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 네가 지금 건강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마 나는 너와 계속 붙어있으면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게 될 꺼고..”
“그럼 제가 우시지 마상을 돌볼게요! 정말로 괜찮아요 저. 우시지마 상이 피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근처에서 동물을 잡아올게요. 우시지마 상이 제게 달려들면 멀리 피할 테니까 제발..”
모두 지켜지지 않을 말이었다. 피를 먹고 싶어 하면 당연하게 제 몸 어딘가를 그어 우시지마 상의 입에 가져다 줄 마음은 충분히 있었고, 정신을 잃고 달려와도 피하지 않고 모두 받아줄 의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두렵지 않은 건, 우시지마 상과 함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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