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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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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에디터 시라부 X 작곡가 우시지마

 

 

 

아무래도 이 잡지사의 모든기사와 편집은 나 혼자 하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만 이렇게 맨날 야근하고 쉴 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책상에는 찌그러진 커피 캔만 있을리가 없다. 해도해도 이건 너무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업무의 양과 달리 플러스 되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여전히 제자리를 뛰었다. 때문에 언젠간 꼭 이 잡지사를 상대로 엿을 먹이는 것 이 내 오랜 목표 중 하나 이다.

 

연이은 야근에 잠깐 집에들려도 옷만 대충 갈아입고 나와야 했던 내 머리는 이곳 저곳으로 솟아있고 다크서클은 저 밑까지 내려와 줄넘기를 할 수있을 정도였다. 정말 말 그대로 못 봐줄 정도였다. 그리고 방금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말이 편집장의 입을 통해 내 귀에 박혔다.

 

“어어 그래 오늘 너 거기 좀 갔다와라. 요즘 핫 한 작곡가있잖냐, 우시지마 와카토시. 이거 원래 내가 너한테 줄려고 했던 기사야 이거 프로젝트니까 오늘은 간단히 미팅만 하고..”

 

편집장님! 하고 빽 소리지른 나는 소리를 지르고서야 아차 했다. 여기 회사였지. 나만 있는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야근을 할 때의 상황인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방금 소리를 지른 것도 다 편집장의 탓 이다. 이런 일 을 갑자기 맡긴 편집장과 맨날 야근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하다하다 지금이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과 헷갈리게 만든 것. 다 편집장의 탓 이었다. 내 탓 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니 눈치 볼 필요 없다. 당당하게 나가자 이왕 소리지른거..

 

“뭐냐?지금 소리질렀어?”

 

그래도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이였다. 갑의 말 한마디에 을은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더러운 사회. 

 

“아니요..그냥..그래도..편집장님 오늘 당장 미팅하라는 건 좀.. 프로젝트면 준비도 해야하고 저는 아무준비도 못했는데..”
“하면 되잖아.”
“예...예...?”
“이따 저녁에 저기 길 건너 까페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때까지 준비해. 미팅이니까 간단한 것만 하면되잖아.알았지?믿는다 켄지로”

빌어먹을 편집장. 이럴때만 믿는다, 켄지로 이러면 다들 넘어갈 줄 안다.

 

편집장은 편집장인데 우선 내가해야할건 미팅자료다. 아니 이게 말이되는 건가?
보통사람도 아니고 현재 일본에서 제일 핫한 사람의 인터뷰 프로젝트를 나한테 맡긴거에 모자라 그 사실도 미팅당일 5시간 전 에 알려주는 건 일반적인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이다. 또 이렇게 해놓고는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겠지만 아쉽게도 요번에는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 할 것 같다.

 

혀를 끌끌차며 자신이 맡게된 새로운 프로젝트의 결과를 미리 망했다고 표현하는 시라부는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자리에 앉아 미팅에필요한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 완전 기사쓰기 딱 좋은사람이네. 어렸을 때 입양됬다는 설도 있네. 잘만쓰면 특종이네 특종이야. 그래도 이 사람 명색이 가장 유명한 작곡간데 내가 또 맛깔나게 써 줘야겠네 이거.”

 

관심도 없다는 듯이 이번 프로젝트는 아쉽지만 망했다고 표현하던 시라부지만 우시지마 와카토시에 대해 검색하면 검색 할수록 점점 호기심이 많아지고 없던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의 볼은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PM7:00 

 

“아! 오셨어요. 이번에 우시지마 와카토시 씨의 총 5회에 걸쳐 진행될 인터뷰 담당자이자 잡지에 실릴 글을 집필 할 시라부 켄지로 라고해요. 잘 부탁드려요”
“아..!네. 저도..”
“낮을 많이 가리시나 봐요. 저랑은 정 반대네요. 사실은 저도 낮 엄청 가렸는데 이 일 시작하고 나서 그런게 싹 없어졌어요. 신기하죠? 아! 절 인터뷰 하는것도 아닌데 제가 너무 흥분했나요? 우시지마씨를 보니까 반가워서요. 저 우시지마씨 팬이거든요.”
“아..네..감사합니다”

 

까페에 들어오고 나서 우시지마씨의 표정은 줄곧 무표정 아니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것 정도가 다였다. 긴장한 것 같은 표정, 손가락을 자꾸 툭톡 꺾는 저 행동은 ‘우시지마 와카토시’ 라는 사람을 간단하게 표현 할 수 있는 행동에 충분했다. 정리하자면 그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와는 절대로 다르다는 것 이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잘 웃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며 입양된 가족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큰, 엘리트 생활을 살고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척 하면 척 이라고 몇 년간 다른사람보다 더 많이 이 일을 한 결과, 든 생각은 그 사실들에 거짓말이 섞여있다는 점 이다. 예를 들면 인간관계가 원만할 것 같지 않은 느낌과 잘 웃지않는다는 사실 쯤? 알아보면 아마 내가 생각을 못 한 사실이 10가지 쯤은 더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7번의 만남은 나의 직업생활에 있어 가장 재미있는 만남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최고의 먹이가 되는 법이니까.

 

“음..우선..우시지마씨! 앞으로 총 7번 저희 쪽과 스케줄이 잡혀있어요. 필요에 의해서 바뀔수도 있다는 점 알아두시구요. 인터뷰는 5번으로 예정되어있고 이대로 진행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남은 2번은 우시지마와씨와 인터뷰를 다 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에요. 괜찮으시겠어요?”

 

역시 남들보다 더 편집장한테 시달린 보람있었다. 고작 몇 시간전에 알게된 프로젝트 였지만 단 몇시간만에 완성한 미팅자료 치고 꽤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네. 그럼..오늘은..?”
“오늘은 간단한 미팅이에요. 저하고 얼굴도 익힐 겸. 어때요?”

 

놀란 듯 네? 하고 물어오는 우시지마가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순간 든 생각이지만.

 

“놀라실 것 없구요! 그냥 첫 인상같은거요. 제 첫 인상은 어때요?”
“네..유쾌하시네요.”
“유쾌해요? 그래요 뭐 유쾌하죠 그래도 유쾌하다고 하신 분들은 얼마 없었는데 신기하네요.”
“다른 분들은..뭐라고 하셨는데요?”
“그냥 뭐 여자분들은 여자보다 더 이쁘다. 아니면 남자분들은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제가 맡았던 분들이 운동선수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유쾌보다는 재밌다고 표현했죠. 유쾌는 뭐랄까.. 표현이 나이들어 보이기도 하구요.”
“아..”
“아! 절대 우시지마씨가 나이들어 보인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그냥 그렇다는 거에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저녁이나 먹고들어갈까요? 아직 저녁을 못 해서요.”
“아 그러죠.”
“근데 제가 보통 밥을 회사식당에서 해서 이쪽 가게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아시는 맛집 있으세요?”
“오늘은 그럼 제가 자주가는 쪽으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시지마 와카토시 라는 사람을 놀리는게 참 재미있었다. 계속 긴장상태를 풀지 않아서인지 무슨 말만 하면 화들짝 놀라는게 귀엽기도 했고. 사실 이쪽 맛집과 길은 잘 알고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의심을 품을만한 변명이였다. 아무리 회사식당에서만 먹는다고 해도 여기서 길만건너고 조금만 걸으면 회사였다. 긴장을 계속해서 의심을 품을 여지도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마저 귀여웠다. 지금드는 감정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시지마씨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예상도 못 했던 곳이었다. 정말로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시지마씨를 올려다 볼 정도로.

 

“길거리 음식이 취향이신가 봐요..”
“네..혹시 싫으시다면..”
“아뇨, 먹어보자구요.”


••
그렇게 한참을 전투적으로 돌아다니며 닥치는대로 음식을 먹은 결과 배는 불뚝 솟아 올라 산 같았다. 우시지마씨도 별 다를 것 없었다. 불뚝 솟아오른 배는 톡 치면 팡 하고 터질 것 만 같았다. 근데 그게 너무 귀여워 괜히 웃음이 새어나오는게 가만히 있을 수 가 없었다. 결국 참지 못 하고 배를 톡 쳐봤다. 그리고 돌아오는 반응은 지금 이게 뭐하는건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가득 찬 표정이였다.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 한 번. 계속 의문을 품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다 내 배를 톡 쳐보는 우시지마가 너무 사랑스럽다 느껴져서 또 웃음 한 번.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워서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다. 

 

“뭡니까..”

“배가 터질 것 같아서요!! 우시지마씨도 제 배 톡 누르셨잖아요!”

 

세상 모든 어이가 다 가출했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돌아보면 오늘은 거의 계속 웃기만 했던 것 같다. 앞에있는 이 사람이 너무 귀여워 그런가. 따지고 보면 그렇게 귀염성 있는 사람도 아닌데. 참 신기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럼 다음에 저희가 우시지마씨 소속사측으로 자세한 일정 잡아서 연락드릴게요. 그럼 다음에 봬요! 안녕히..”
“저기..! 혹시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는 연락처를 달라고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다. 연락처를 달라면서 내가 번호를 말하면 그냥 외울 참인지 포스트잇도 볼펜도 핸드폰도 내밀지 않았다. 긴장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정말로 외울 수 있어서 그러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직접 외웠다 까먹어서 연락을 못 할 수도 있으니까 인터뷰 관련해서 중요한 말을 해야하는데 못 할수도 있으니까 혹시모르니까 내가 직접 핸드폰에 찍어주자. 절대로 절대로 사심이 들어간건 정말로 절대로 아니다.

 

“그냥 우시지마씨 번호 찍으세요. 제가 전화걸면 되잖아요. 어서요.!”
“네...?아 제 번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다. 과묵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경쾌한 음악이였다. 그래도 걸그룹 노래를 전문으로하는 작곡가라 이건가. 꽤나 모순적이여서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이게 제 번호예요. 저장하세요! 연락 할 일 있으시면 연락주고요. 그럼 전 진짜 가요!’ 를 끝으로 우리의 첫 만남은 막이 내렸다.

***
“어떠냐 이번에도 잘 할수 있을 것 같아?”
“두말하면 입 아프죠. 자신 있어요.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들 중 제일로요.”
“웬일이야. 맨날 얼굴 찡그리고 몰라요. 하던 애가 뭐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나?”
“그건 몰라요. 전 그럼 바빠서.”

 

아마 어제 2시 쯤 저 질문을 했다면 편집장의 말대로 얼굴을 마구 찡그리며 모른다고 이번 건 망했다고 자부했을터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편집장의 말 대로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는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인터뷰와 프로젝트 에게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잡지사 입사이래 최고의 글을 쓸 자신도 있다. 그만큼 대상이 엄청나니까. 이건 순전한 인터뷰 대상의 존재가 대단하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궁금한 사람일테니 그런 것 일거다. 분명히

 

***
번호를 달라던 우시지마씨의 말대로라면 벌써 연락이 오고도 남았을 것 같았는데. 이럴거면 대체 왜 번호를 달라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괜스레 심술이 나 잘 되가던 일 마저 되지않았다. 이럴거면 자신이 먼저 전화걸어 이 답답함을 해소하는게 더 빠를 것 같다. 어차피 일의 명분으로 충분히 전화할 자격도 이유도 있으니까. 그런데도 먼저 걸지않고 버팅기고 있는 건, 그래도 번호를 먼저 달라고 한 건 그쪽 이였으니까. 먼저 걸기엔 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몇 시간 째 일의 속도가 나질 않았다. 한 글자 치고 핸드폰 화면에 돌아가는 눈 때문에 일 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자존심이고 뭐고 오늘 할 것도 다 끝내지 못 할게 분명하다. 그냥 내가 특별히 전화 한 번 딱 먼저 하고 잊어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할까, 그래도 명색이 있지! 먼저 번호 달라고 한 쪽에서 걸어야지 맞지! 하고 두 개의 사안을 놓고 고민을 한지도 꽤 되었다. 그리고 결국 나온 결론은 전자 쪽. 
결국 참지 못 하고 전화를 걸었다.

 

“저..우시지마씨?
[네. 우시지마 와카토시 입니다.]
“우시지마씨 혹시 저 저장 안 하셨나요?”
[아..시라부씨..?]
“아니 번호를 먼저 물어보신 쪽은 그 쪽 우시지마씨 인데요.”
[아..저장을 한다는 게 그만..어제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드는 바람에 전화 끊고 바로 저장하겠습니다. 근데 무슨 일 로..?]
“무슨 일..은 무슨 그냥 첫 번째 인터뷰 일정 어떻게 할까 의견 물어보려고 전화했죠! 혹시라고 스케줄 있는 날 이면 안되니까.”
[아..그다지요. 날짜를 정해주시면 그날에 맞추겠습니다.]
“아..네..뭐. 그럼..”

 

오래 고민했던 것 치고 아무 의미도 없는 짧은 전화통화가 끝이났다. 괜히 자신 혼자 고민하고 화 냈던게 한심하고 억울해서 컴퓨터 속에 글자가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할 일이 산더민데 아무생각도 하기 싫었다. ‘짜증나’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 하니까. 억지로라도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전 날 미팅때 느꼈던 흥미로움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점점 더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알려지지 않은 자세한 속사정을 알고 싶고 아무도 모르는 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까보다 5배는 더 열정적으로 바뀌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인터뷰 날짜를 잡을 생각이다.

 

“편집장님 다음주 화요일로 첫 번째 인터뷰 스케줄 잡을게요”
“그렇게 빨리? 너 준비할거 없어? 그리고 너 그 인터뷰 말고 다른 것도 많이 남았잖아.” 
“충분해요. 그럼 연락 넣을게요.”

 

편집장의 말대로 나는 우시지마씨의 인터뷰 말고 할 일이 산더미였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업무의 양 때문에 토요일인 지금까지 출근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더 많이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들쑤시고 지배하고 있다. 내 머리지만 어떻게 제어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였다. 어쩔 수 없으면 부딪히라는 신념에 따라서 부딪힐 생각이다. 과로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은 무리한 일정을 계속 잡을 생각이다.

***
“4일 만이네요. 우시지마씨”
“아..네.”
“엄청 과묵하시네요. 오늘은 그냥 간단한 것 만 물어보는 거에요. 괜찮으시겠어요?”
“정말로 간단한 것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우시지마씨의 경계심과 긴장이 풀린건지 이제 농담도 친다. 그 변화가 꽤 좋았다. 오늘은 시작이 좋다.

 

“시작할게요.”

 


[Q.정말 형식적인 질문인데요. 처음이니까요, 좋아하는 색이 있으신가요?

 

A.딱히 정해둔 좋아하는 색은 없는데요. 옷을 살 때 어두운 계열을 많이 사는 편입니다.

 

Q.걸그룹 전문 작곡가라고 별명이 붙여졌어요. 알고 계신가요? 어..그만큼 걸그룹 분 들의 작업만 맡는다는 소리겠죠? 혹시 따른 이유가 있나요?

 

A.걸그룹 전문 작곡가.. 몇 번 스쳐지나가는 말로 들은 적 있어요. 걸그룹 분 들의 작업만 골라서 맡는 건 아니구요. 걸그룹 분 들이다 보니 노래가 경쾌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경쾌한 음악을 만들다보면 고민거리나 잡 생각이 사라져요. 그게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너무 경쾌한 곡만 만들다 보니 다른 곳에서 러브콜이 오지않네요. 이게 가장 명확한 이유같네요.

 

Q.러브콜이 오지 않는다니 굉장히 의외네요. 여기저기서 올 줄 알았는데. 왜냐하면 우시지마씨가 손을 대면 안 뜨는 그룹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런데, 지금까지 작업한 곡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나요?

 

A.아..기억에 남는 거라.. 사실 대부분이 다 기억이 나지만요. 확 머리에 박힌 곡은 한 4년 전 쯤 작업한 곡이 있어요. 아마 유일하게 제 곡중에 발라드에 속하는 곡 일꺼에요. 그때는 유명한 때도 아니고 그다지 음악의 즐거움을 몰랐어요. 경쾌한 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고요. 그래서 보다 못 한 소속사 측에서 뭐든 만들어 보라고 한 걸그룹을 맡기셨어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들었던 곡인데 뜨지도 그다지 좋지도 않았죠. 그래도 그때의 저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잘 얘기하지 않아요. 지금은 들으면 우울  할 뿐이거든요. 그래서 노래제목은 그다지 말 하고 싶지가 않네요. 괜찮으신가요?

 

Q.네. 그럼요. 다음은요,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같은게 있으신가요? 얼굴도 잘 생기셔서 연예인을 노려볼 만도 했겠는데요. 

 

A.아..계기..그것보다는 어렸을 때 음표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생긴게 참 이쁘더라고요. 검은색 동그라미에 꼬리가 달려있는게. 그래서 악보를 많이 봤죠. 그 나이땐 아무것도 모르고. 좀 더 크고 알았어요. 나중에 보니까 제가 오선지에 음표를 굉장히 많이 그려놨었어요. 커서 그걸 보고 연주를 한 적이 있는데, 아. 그냥 호기심에요. 중학교 때쯤? 아무튼. 근데 그걸 삼촌이 듣고 어떤 곡이냐고 물어봐서 어렸을 때 그려놓은 건데 그냥 있길래 피아노로 쳐 봤다고. 근데 그때 엄청 좋아하시면서 악보를 보더니 아버지한테 가서 뭐라고 몇 마디 하시더니 음표를 몇 개 더 마음대로 그려 볼 수 있냐고 그러셨어요. 그땐 커서 제 멋대로 그리는 게 아니여서 처음 그린 그 악보만은 못 했어요. 근데 삼촌은 무슨 다른 생각이 있으시던 건지 계속 그리게 시켰어요. 저도 그게 싫지만은 않았죠. 그러다보니 점차실력도 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19살때 삼촌의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그게 계기라면 계기겠네요. 뭐 별 다른 거창한 건 없어요.

 

Q.아..음표를 이쁘게 여긴게 시작이네요. 음표가 이쁘다고 했는데 평소에 이쁘거나 귀엽다고 느껴지는 그런 사물이나 느낌? 이 있나요? 

 

A.음..꽤 답 하기 어렵네요. 음표는 정말로 보자마자 아 이쁘다. 하는 느낌이였어요. 음..제가 특별히 예쁘거나 귀엽다고 느끼는 건 없구요. 음표 다음으로 좋아했던 건 나비넥타이 였데요. 사실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삼촌이 어느 날 너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비넥타이를 들고 다니지 않네? 라고 했어요. 저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무슨 말이냐고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너 그거 좋아했잖아 음표 다음으로. 가 끝이였어요. 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아직까지도요. 근데나비 넥타이를 좋아했대요. 

 

Q.음... 혹시 곡의 영감을 받을 땐 언제인가요? 팍! 하고 떠 오를 때가 있을까요!

 

A.곡의 영감이라..음..책을 읽을 때 생각나는 편이에요. 읽다보면 이 부분을 멜로디로 표현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 글자 느낌 그대로요. 읽는 책의 종류는 4년 전 까지만 해도 소설 책 또는 시 집 이였는데요. 그 이후로 동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걸그룹 노래이다 보니까요.

 

Q.동화책을 읽는다. 재밌네요. 아, 우시지마씨는 곡 작업을 하지 않는, 휴식기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A.자는 편이에요. 워낙에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누워있다 보면 잠이 들거든요. 아니면 냉동실에 맥주를 넣어놓았다 마셔요. 시원한 걸 원 샷 하는걸 좋아하거든요. 그게 맥주라면 더더욱. 그리고 휴가는 잘 가지않아요. 어디로 떠난다던가. 그런거요. 왜인지 모르게 두렵더라고요. 혼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게. 무서운 거 겠죠.

 

Q.음..아깐 기억에 남는 곡을 질문했는데요. 조금 다르게 지금까지 작업한 곡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A.가장 좋다.. 항상 제가 만든 곡에게 불만이 많은 편 이에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만족을 하지 않는 편 이긴 한데 감히 꼽자면 1년 전 쯤 만든 <ribbon> 이라는 곡 인데요. 그냥 그 경쾌한 느낌이 좋아요. 작업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아티스트 분 들도 굉장히 친절하고 밝으신 분 들이였고요.]


후에 몇 가지 질문이 더 오갔고 길고 긴 첫 인터뷰 시간은 끝이났다.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시간 이였으며 그 사이에 간간히 놈당도 오가고 평소엔 과묵하고 말 도 없던 사람이 말이 많아지는 시간이였다. 그 사람은 예상 외로 더 흥미로운 사람이였고 그것이 내 의욕을 더욱 더 끌어올리고 있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혹시 힘드진 않으셨는지..”
“아뇨. 괜찮았습니다. 재밌었어요. 오랜만에 이렇게 많이 얘기해 본 것 같아요.”
“아..그러면 다행이네요! 다음에도 잘 부탁드려요. 다음 일정은 어떻게 잡을까요?”
“어..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겠네요.”
“좋아요! 저도 그랬음 좋겠다, 했거든요. 그러면 자세한 건 추후에 연락 드릴게요.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상외로 더 좋은 성과를 낸 나머지 인사고 뭐고 일사천리로 끝내고 회사로 돌아와 크로스로 맨 가방을 내려놓을 생각도 안하고 의자에 앉자마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할수록, 인터뷰 했던 걸 읽으면 읽을수록, 광대는 얼굴 위에서 춤을추고 빨간 홍조들은 얼굴에서 점점 더 구역을 넓혀갔다. 시작이 좋다 하더라니. 끝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6번의 만남 그 중 4번의 인터뷰 시간이 달력을 건너띄어 달려 빨리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편집장님! 저 먼저 퇴근해요!”

 

집에가는 발 걸음이 가볍다 못 해 통통 소리를 내는 듯 했다. 집 앞에 디저트 가게에 들려 평소엔 비싸서 맛있지만 잘 사먹지 못 하는 야채바게트를 사 갈 생각이였다. 집에 가 바게트를 먹으며 인터뷰 한 걸 편집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마구 솟구쳐 올라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전화나 돌릴까, 생각을 하던 도중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마침 카와니시 타이치, 타이치 였다.

 

“어! 타이치! 웬일이야. 안 그래도 내가 전화 할려고 했는데.”
“아~ 나 지금 니 집이야. 어머니가 반찬 좀 갖다 놓으라고 하셔서 밥은 먹고 다니냐?”
“그러냐? 근데 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나 요번에 인터뷰 하는 사람 누군지 알아?”
“누군데.”
“우시지마 와카토시!”

 

전화기 속 에서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얘도 놀랐구나. 싶은 마음이였다. 기분 탓 일 수도 있지만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 사람 어떤데?’ 어떻냐니, 한 마디로 최고였다. 파트너로도 작곡가로도 어느 한 곳 빠지는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떠긴 뭘 어때. 최고지’ 아무렇지않게 받아쳤다. 

 

그리고 몇 시간 이후 절망을 맛 보았다. 그 이후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온통 웅웅거리는 소리 뿐 이였다. 음식이 내려가지도 않았다.네모난 방에 혼자 갇혀있는 느낌이였다.
 

[잡지 에디터 와 작곡가의 느낌이 잘 났나요? 그 느낌을 받으셨다면 성공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실패겠네요...ㅠ이렇게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줄곧 밝은 분위기였던 글이 마지막이 되서야 바뀌었어요. 그 반전의 키가 될 타이치가 나왔구요. 의식의 흐름 2편은 다음 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제목[의식의 흐름] 의 뜻 은 [ 의식의 흐름] 이 끝나는 호에 뜻을 적어놓겠습니다! 그렇게 큰 의미는 아니지만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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