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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Dream

​샨

  시린 바람이 쇼윈도우를 스쳐 뿌연 자국을 낸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손님을 배웅한 시라부는 가게의 문을 닫고 걸려있는 팻말까지 close로 바꾼 후 발걸음을 돌렸다. 텅 빈 진열대를 보니 어깨가 유난히도 결려오는 것만 같았다. 

 

  시라부 켄지로는 쇼콜라티에다. 그리고 오늘은 2월 14일,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노의 축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연인들끼리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로 알려진 통칭 발렌타인데이였고, 시라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 조그마한 가게는 이래봬도 꽤나 유명한 초콜릿 전문점이었기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안 팔리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가게의 초콜릿이 완전히 품절되어버려, 영업이 종료된 지금 남아있는 초콜릿은 오직 하나,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기에 남아있는 리큐르 초콜릿뿐이었다. 

 

  아 정말, 마감이고 뭐고 그냥 퇴근 하고 싶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한다면 내일 할 일이 더 늘어날 뿐이라, 한숨을 내쉰 시라부는 텅 비어버린 진열 판을 겹쳐 들었다.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정리가 끝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설거지와 간단한 홀 청소를 마친 시라부는 앞치마를 벗어 세탁물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저께 만들어둔 초콜릿이 내일이면 전부 완성 될 테니, 내일은 그 초콜릿들을 판매하도록 할까. 답지 않게 나태한 생각을 하며 코트를 집어든 시라부가 카운터에 올려둔 초콜릿을 보고 멈칫했다. 

 

  초콜릿은 럼주에 절인 체리를 리큐르로 한 것이었다. 좋은 품질의 리큐르를 우연히 얻게 되어 신중에 신중을 가해 만든 초콜릿이건만, 판매용으로 쓰기엔 너무 독해져 결국 판매하지 못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라부는 단 것을 즐기지 않는데다가 알코올을 좋아하지 않아 이런 종류의 리큐르 초콜릿은 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래도 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품질인데다가, 리큐르를 선물해 준 사람의 성의를 위해서라도 버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나. 혀를 찬 시라부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초콜릿 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닫혀있던 문이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내며 열렸다. 팻말을 close로 바꾸어놔도 꼭 이렇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쩐지 더 피곤해지는 기분에 시라부는 시큰거리는 눈가를 꾹 누르며 뒤를 돌았다.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손ㄴ….”
  “혹시 초콜릿 남은 것 없습니까?”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불청객의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끊겼다.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선 얼굴이 지독히도 익숙했다. 암녹색의 머리와 무감각적인 표정이 걸린 얼굴. 우시지마 와카토시다. 경외감과 당황심이 뒤섞여 시라부의 어깨를 짓눌렀다. 

 

 

 

 

  “…네, 보시다시피.”
  “흠.”


  한 박자 늦게 튀어나온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짙은 눈썹이 곤란함을 담고 치켜 올라갔다. 그에 더 혼란스러워진 것은 시라부였다. 자그마치 12년이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동경해 온 것이. 동경하는 대상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가게로 들어온 것도 놀라웠고, 세계의 정점에 서 있는 쇼콜라티에가 초콜릿을 사러 왔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시라부가 혼란스러워 하건 말건 우시지마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등을 돌렸다. 시라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ㅈ,저기...!”
“..?”

 

 


  다급하게 내뱉어진 목소리에 우시지마가 뒤를 돌았다. 내가 어쩌자고 붙잡았지. 붙잡은 자신조차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시라부는 습관적으로 손에 잡고 있던 물체를 힘주어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돌아선 우시지마의 시선과 시라부의 시선이 오른손에 잡혀있는 비닐 포장지로 향했다. 아까 그 초콜릿이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시라부가 초콜릿을 우시지마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럼주에 절인 체리를 필링으로 한 리큐르 초콜릿입니다. 원래는 판매하려고 했는데, 럼주가 생각보다 독해서 판매하지 못했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발렌타인 선물이라 치고 받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머뭇거리며 말하자 그런 시라부를 말없이 바라보던 우시지마가 시라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카운터에 놓인 볼펜과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어 시라부에게 건넸다. 연락 주십시오. 약간 급하다 싶은 목소리로 말한 우시지마가 어정쩡하게 내밀어져있는 초콜릿을 받아들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후 가게를 나갔다. 그가 나간 문을 멍하니 응시하던 시라부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얼떨결에 받아든 메모지를 확인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080-0110-2430. 단정한 글씨체로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져있었다. 와, 미친.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시라부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다녀간 후 일주일이 지났다.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이제야 숨을 돌릴 틈이 난 시라부는 카운터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댔다. 진짜로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사이,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가버려 이제는 연락을 하기에도 애매해졌다. 사실 그가 다녀간 순간이 너무 짧았기에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가 주고 간 메모지가 꿈이 아님을 증명했기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연락을 해. 한숨을 내쉰 시라부가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종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순간 시라부의 눈이 크게 떠졌다. 1주일 전과 같이,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출입문 앞에 서있었다.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갔다. 

 

 


  “ㅇ,여긴 또 어떻게….”
  “연락을 안 주시기에 직접 찾아왔습니다만.” 
  “…잊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연스레 나간 변명에 시라부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잊고 있기는 무슨, 지난 일주일을 그거 때문에 정신을 놓고 살았으면서. 그런 시라부를 눈치 채지 못한 듯,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선물용이셨나요. 더 좋은 것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정말로 좋았습니다. 필링을 감싼 커버추어의 풍미도, 터져 나오는 리큐르도 훌륭하더군요.”
  “우시지마씨 께서도 드신 건가요?”
  “? 네, 물론입니다.”

 


  시라부의 입꼬리가 숨길 수 없이 상승했다. 선물용이라고 하기에 연인에게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한 건가 싶어 어째서인지 서운했지만, 오랜 기간 동경해온 대상에게 칭찬의 말을 들으니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보상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네? 아, 아뇨. 안주셔도 됩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드린 것이니까요.”
  “아닙니다. 보상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보상을 하겠다고 하는 우시지마에 시라부가 입술을 짓씹었다. 눈앞에 있는 사내는 의견을 굽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로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해도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계속되는 고민에 입을 몇 번이나 여닫던 시라부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그렇다면......”

**

 

 


  오후 6시,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마감을 한 시라부가 가게의 문을 닫았다. 평소보다는 이른 시간이라고 해도 원래 생각했던 시간보다는 늦어진 시간이었다. SNS 계정에 오늘은 개인 사정 때문에 가게 문을 일찍 닫을 예정이라고 글을 올렸더니 손님이 한바탕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몇 시간 전, 계속해서 보상을 하겠다는 우시지마에 무엇을 말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뱉은 것이 ‘당신이 초콜릿을 만드는 것을 직접 보고 싶다.’ 라는 말이었다. 조심스러워 한 것이 무색하게도 우시지마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는 언제가 좋을지 먼저 물어오는 것에 언제든지 괜찮다고 했더니 당장 오늘로 약속을 잡고, 먼저 연락을 주겠다며 시라부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가 가게에서 나간 후 그에게서 직접 데리러오겠다는 메일이 도착하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내였다.

 

  매서운 바람이 파고들어와 코트 자락을 더욱 여미는 시라부의 앞에 검은색의 차가 미끄러지듯 정지했다. 의아한 빛을 띄는 시라부의 앞에서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며 얼굴을 드러냈다. 우시지마였다. 

 


  “타십시오.”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기다린거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 시라부가 차체의 앞으로 돌아가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안전벨트까지 매고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자 눈을 깜빡이며 시라부를 쳐다본 우시지마가 차를 부드럽게 출발시켰다. 


 

**


  부드럽게 주행하던 차가 멈춰선 것은 한 건물 앞이었다. 대문을 통과해 주차된 차에서 내리니 그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주택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는 말이 더 알맞은 표현일 정도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지만, 모로 보아도 가정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우시지마는 집을 멍하니 쳐다보는 시라부를 지나쳐 현관의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낮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시라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우시지마의 뒷모습을 헐레벌떡 따라갔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실내는 미리 난방을 해 놓았던 것인지 훈훈한 공기가 맴돌았다. 시라부는 겉옷을 벗은 후 곧장 어딘가로 향하는 우시지마에게 바짝 붙어 따라갔다. 그런 시라부를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우시지마가 돌연 걸음을 멈추곤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주방이다. 동경하는 일류 쇼콜라티에의,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사생활적인 공간. 가구가 별로 없어 황량한 느낌까지 주던 거실과는 달리 잘 관리된 티가 확연히 나는 내부를 구경하는 시라부의 얼굴이 복합적인 감정으로 들떠있었다. 어느새 조리대 앞으로 간 우시지마가 입고 있던 셔츠의 소매를 걷으며 그런 시라부에게 말했다.


 

  “계속 서있지 말고 앉으시죠.”
  “아, 네.”  

 


  잘 관리된 티가 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리도구의 이야기였을 뿐, 주방 역시 거실과 마찬가지로 가구 자체는 별로 없었다. 냉장고가 유독 큰 것만 제외한다면 오븐이며 씽크대는 여타 주방들과 동일했고, 꽤 넓은 조리대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조리대 바로 앞에는 긴 식탁이 놓여있고, 의자는 딱 2개만이 놓여있었다. 시라부는 놓여있는 2개의 의자 중 하나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다. 

 

  섬세한 손끝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인다. 단단한 커버추어 초콜릿을 식칼로 얇게 잘라내 생크림과 적절히 섞어 템퍼링을 한다. 모양을 잡고 필링을 채워 봉봉 오 쇼콜라(bonbon au chocolat)를 만들어내는데, 퐁당을 굳혀 녹말가루를 묻힌 것을 필링으로 쓰면 퐁당 초콜릿, 단맛을 내는 오렌지 큐라소를 쓰면 리큐르 초콜릿이다. 시라부가 했던 것처럼 럼주에 절인 체리를 채우기도 하고, 간단하게는 가나슈에 코코아 가루를 묻혀 파베초콜릿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이를 비롯한 모든 초콜릿을 특기로 했다. 이것은 마법이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아주 간단하면서도 너무나도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나 칼과 불로 인한 굳은살이 잔뜩 박혀있는 우직한 손은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그 일련의 과정을 능숙하게 해낸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항상 그랬다. 단 것이라곤 입에도 대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한 얼굴로 카카오의 당도를 조절하고,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거친 손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데코를 한다. 

 

  12살의 시라부 켄지로는, 그런 18살의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동경했다. 그리고 어린 날의 동경은 한순간의 꿈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져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다. 쇼콜라티에를 동경하던 아이는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24살의 시라부 켄지로는 쇼콜라티에가 되어 그 어린 날의 우상처럼 초콜릿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0살의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지금 자신의 앞에서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뜨거운 무언가를 삼킨 듯 한 기분에 시라부는 굳은살과 흉터로 뒤덮힌 손가락을 주먹을 쥐어 감추었다. 그런 시라부를 힐끗 쳐다본 우시지마가 입을 열었다.
   

  “시라부씨는 어떤 초콜릿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초콜릿의 종류는 별로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습니까.”

 


  갑작스러운 물음에 잠시 당황한 시라부가 최대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저런 말을 꺼냈다. 단 것은 좋아하는지, 리큐르로는 어떤 것을 쓰는 게 취향인지. 나직한 목소리로 이어나가는 질문은 아주 천천히, 고요한 파도처럼 넘실대며 밀려왔다. 시라부는 날아 들어오는 질문을 마치 초콜릿을 맛보는 것처럼 조용히 곱씹으며  대답했다.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오르는 것 같은 대화였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완성된 초콜릿은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고려한 탓인지, 다른 초콜릿들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파베초콜릿이었다. 완성된 가나슈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리는 것으로 초콜릿을 마무리 지은 우시지마가 아까보다도 들떠 보이는 시라부의 얼굴을 미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시라부씨는.”
  “네?”
  “시라부씨는, 제가 만든 초콜릿을 좋아하십니까?”

 


  우시지마의 말에 시라부가 고개를 들어 우시지마의 눈을 쳐다보았다. 암녹색의 눈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시라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네, 좋아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초콜릿도, 어쩌면 당신까지도.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억지로 삼켜내었다. 초콜릿을 먹은 탓인지 목구멍이 달달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달콤한 숨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는 시라부를 응시하던 우시지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초콜릿은 지난번의 답례로, 시라부씨에게 드리겠습니다.”
  “네?”
 “제가 받은 것 보다는 안 좋은 품질이지만 부디 받아주시겠습니까.”

 


  맞부딫힌 시선이 복잡하게 얽혔다.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짙은 녹색의 눈동자에, 시라부는 문득 녹차가루를 뿌린 파베 초콜릿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시지마는 어느새 완성된 초콜릿을 작은 용기에 담아 시라부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시라부가 멍한 얼굴로 반문했다.

 


  “답례라뇨, 저는 아무것도 드린 것이 없는데요.”
  “..? 지난번의 리큐르 초콜릿, 기억 안나십니까.”

 


  아. 저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내뱉은 시라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선물로 드리는 것이라 했던가. 생각보다 섬세한 사람이라 생각한 시라부가 알 수 없는 울렁임에 코를 찡긋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아, 달콤하다. 

 


  “답례라면 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시지마씨도, 연인분도 맛있게 즐겨주셨으니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러니 그 초콜릿도 연인 분께 주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을 들은 우시지마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시라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연인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뒷말에 시라부의 얼굴이 다시 우시지마에게로 돌아갔다. 네? 멍청하게 반문하자 우시지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이 초콜릿을 시라부씨에게 드리려고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받아주시죠.”
  “아니, 그보다, 연인이 없으시다구요..?”
  “? 그렇습니다.”
  “ㄱ, 그럼, 그날 초콜릿을 선물하신 분은....”
  “여동생, 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그렇게 물어오는 듯 한 눈동자에 시라부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이건 마치 저 혼자 오해하고 있지도 않은 연인을 질투한 꼴이 되지 않는가. …질투?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라부에 의해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커다란 소리를 냈다. 조리대를 정리하고 있던 우시지마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마찰음에 고개를 들어 시라부를 쳐다봤다. 캐러멜을 녹여놓은 듯 한 연갈색의 머리카락 아래로, 잔뜩 붉어진 얼굴이 비추어졌다. 


  “가봐야…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횡설수설 내뱉어진 말이 변명처럼 흩어졌다. 우시지마는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은 채 걷어 올렸던 소매를 다시 내렸다.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덧붙여진 말에 시라부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러나 우시지마는 그런 시라부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걸음을 옮겨 주방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시라부는 두 손을 들어올려 붉어진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후,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느새 집에 도착해있었다. 들어왔던 기억을 되짚어 현관을 빠져나와 우시지마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도대체 어느 정신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아득해지는 정신에 시라부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눈가를 꾹 눌렀다.  지난번이나 이번이나, 항상 꿈만 같은 일이다. 어렸을 적 처음으로 보았던 우시지마의 모습도, 발렌타인데이의 만남도, 그리고 오늘도, 동경도, 마음도. 꿈을 꾼 듯 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가려진 시야로 보이는 자그마한 용기에 담겨있는 초콜릿이 첫 만남에서 받았던 메모지와도 같이 오늘 겪은 일이 현실임을 알려줬다. 시라부는 그 초콜릿을 한 조각 집어 입 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렸다. 지독히도 달콤하다. 혀끝이 아려오는 감각에 몸서리를 친 시라부가 고개를 흔들어 감각을 떨쳐버렸다. 초콜릿 덩어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목구멍 너머로 미끄러지고, 뱃속이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홧홧했다. 분명한 형체를 갖춘 확실한 감정이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왔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첫사랑이었다.

'동경을 했다, 사랑을 했었다.' 라는 진단메이커의 문장을 참고하여 썼습니다. 우백은 처음 써보는 것이라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네요ㅜㅜ 캐붕 대잔치에 클리셰적인 설정이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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