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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사나

0.
  중독[intoxication, addiction], 습관적으로, 또 심리적 정신적 안정감을 위해 복용을 중단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의존증이다. 그 약물을 계속 사용하므로 서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을 말하며, 굳이 약물에 한정되어 있지 않아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서 게임 중독, 운동 중독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치료방법은 본인의 의지뿐이다. 

 

1.
  여러 공포게임으로 인해 만들어진 병원의 이미지에 비해 실제 병원은 오히려 깔끔하게 조성된 고원에 여러 사람이 어울려 노는 것이 속세에 찌들어 높은 그늘을 만들어내는 빌딩숲보다 낫다고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생각했다. 거기서 환자들은 ‘소수자’, 또는 ‘이방인’이 아닌 다수였으며 그들 자체였다. 그들은 같음이 오히려 다른 것이었다. 모순 이였지만, 우시지마는 나름대로의 납득을 표할 수 있었다. 특색이 살아있는 병동은 밝은 색이었다. 채색의 의미가 아니었다. 

 

“맡으실 환자 목록은 정리해 뒀어요. 일단 몇 명 안 되시니까.”
“고맙군. 참고하겠다.”

 

  서류가 정리되어 선의 집합을 보여 내는 파일을 건네준 남자가 수고하세요, 라며 간단한 인사말을 남긴 채 카운터의 쪽으로 향했다. 우시지마의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무뚝뚝해 좀체 감정을 표하지 않는 어투는 이미 익숙한 듯 보였다. 이미 정식 부임 전 대충 살펴보았던 리스트를 눈으로 훑어 그 활자를 눈에 담아내다 처음 보는 이름에 손끝으로 이름이 인쇄된 종이를 쓸어내었다. 백(白)을 담고 있는 이름이었다. 저번엔 없었는데, 입원한지 2년인 것을 보아 새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대었던 손가락을 떼어내자 이름이 온전하게 보여진다. 

시라부 켄지로(白布 賢二?)

 

  이름을 담은 입이 웅얼거렸다. 시라부, 켄지로. 낮은 목소리의 울림이 작게 입안에 퍼져 올랐다. 우시지마는 파일을 닫고선 가운을 바로 입었다. 옷 주름들이 펴져 정렬된 느낌을 주었다. 마찬가지의 흰색 가운을 흘깃 보고선 우시지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언가의 끝이었고, 결국엔 시작이었다. 

 

2.
“우시지마 선생님!”
  뒤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우시지마가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 애초에 이름이라면 몰라도 첫날이니 다 그렇겠지만. 환자복을 입었지만 딱히 링거나 보조 대를 지니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는 기껏해야 열 여섯쯤 되었을 것이라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자신이 190에 육박하는 키를 가져 작아 보이는 것이지 아이는 적어도 170은 넘을 듯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사선에 비대칭인 갈색 앞머리는 조명을 받아 은은한 갈색을 띄었기에 옅게 탄 핫초코를 닮아있었다. 조금 마른 편이지만 몸은 탄탄하게 근육이 잡혀있었고, 그렇지만 해를 많이 쬐진 못했는 듯 피부색은 희다 못해 투명하였다. 올려다보는 눈은 단 채색이지만 꽤나 생기 있게 빛났다. 

 

“누구지.”
“저번에 오셨을 때 한눈에 보고 반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한눈에 반했다 하는 소년이 품고 있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동경이었고, 아무리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정도는 알고 있었던 우시지마는 모른 체 복도를 지나가려 하였다. 저는, 그러니까 제 이름은. 허겁지겁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우시지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문이 막힌 듯 보였다. 시라(白).. 말을 꺼내었지만 차마 맺음을 하지 못한 듯 보이는 말에 우시지마는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단어를 충동적으로 내뱉었다. 

 

“시라부 켄지로?”
“저기, 네. 맞습니다. 담당 선생님께 부탁해서 우시지마 선생님 쪽으로...”
“알고 있다.”

  다음에 보지.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 우시지마였지만 시라부는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싶을 때까지도 그 자리에 서있었다. 기억, 해주셨어. 시라부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하였다. 

 

  시라부가 우시지마를 본 것은 아마도 그가 미리 이 병원에 와보았을 때였을 것이다. 이야기 하는 우시지마는 강하다고 생각되었다. 아무래도 강하고, 굳세어서, 약한 자기자신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 동경이었다. 탄탄하게 잡힌 몸의 근육,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저 표정을 보다 보면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자신은 언젠간 퇴원 할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한들 평생 볼 순 없겠지만.

 

  그래, 시라부 켄지로는 우시지마 와카토시라는 사람에게 ‘반했다.’

 

3.
  병원에서의 할 일은 생각보다 없었다. 굉장히 바빠 보이지만 정작 처리하는 일은 없었고 굳이 따지자면 검사일 뿐이었으니 중대사를 다룰 일도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일은 많지만 해야 할 일은 없다는 것에 가까웠다. 시라부는 여전히 우시지마를 쫓아다니며 시간이 날 때날 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였다. 병원에서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낸 듯 했지만 시라부는 이해력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가르치고 수용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하여 의사보단 선생님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우시지마상, 그거 뭐에요?”

  시라부가 우시지마의 볼록한 가운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초콜릿이다. 병원 돌아다니다 보니 받았군.”

  시라부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보았다. 초콜릿, 하고 단어를 곱씹는 듯 보이기에 우시지마는 문득 생각했다. 초콜릿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었지만, 접하기 쉬운 물건은 아니었다. 당분은 환자에게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쯤은 우시지마 역시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초콜릿이나 사탕과도 같은 달콤한 것은 어린아이들을 자주 홀리는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피리 부는 사내의 은색을 닮은 그 달달한 향에 끌리는 것이 시라부 역시 아이인 것을 괜히 상기하게 하였지만 시라부가 짓는 표정은 매혹보다는 차라리 자신에게 내비치는 감정과 닮아있었다. 

 

  “하나 먹을 텐가?”
  “아.”

  시라부는 망설이는 듯 보였다. 자신의 앞에서 결코 망설이거나 깊게 고민하는 것을 보인 적이 없기에 우시지마는 곤란한 질문이었나 곱씹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무례하다 생각되지는 언행이라 판단하였다. 주머니를 가득 채운 주전부리들의 비닐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우시지마는 작은 초콜릿 하나를 집어 시라부의 손에 툭 떨어뜨렸다. 시계를 흘깃 본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고서 우시지마는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은 시라부는 여전히 앉아 포장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차마 닫히지 않은 입술에선 어떠한 소리도 나온 채 계속하여 손만이 소리를 낸다. 

 

아무래도

시라부는 포장지를 까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단 맛이 입안에서 녹아간다. 

 

4. 
  시라부 켄지로! 소리치는 목소리는 굵직하니 이제 익숙해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리 흥분하지 않은, 그저 조금 당황하여 동요하는 것으로 보였겠지만 문을 열고 가운을 펄럭이며 들어오는 우시지마의 눈에서 시라부는 침상에 누워 그의 쪽을 바라보며 성급함을 느꼈다. 그가 자신으로 인해 동요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인지라 시라부 역시 할말을 잃었는지 입을 벌린 채 설명을 하지 못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 분명했다. 옆에서 바늘을 팔 깊숙이 꽂아 넣고 있던 여자는 우시지마를 보며 시라부보고 이야기하라는 듯 손짓했지만,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시지마였다. 

 

“당분을 먹지 못한다면 버렸어야 할 것 아닌가, 시라부.”

 

여자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 하려 했지만 시라부가 말의 도중에 소리치듯 터뜨렸다.
 
“우시지마상이 주신 것이지 않습니까.”

 

  버리기도, 남한테 주기도, 안 먹고 남겨두었다 녹아 없어지기도 원치 않았던 것을 어떻게 합니까! 진심으로 호소하는 소리에 여자는 물론 우시지마 역시 움찔하였다. 시라부는 아플 것을 앎에도 입에 넣은 이유는 하나라고 말했다. ‘자신이 주어서.’ 탓할 것은 시라부가 아니었다.  미치겠군, 시라부 너란 애는… 우시지마는 속에서 꺼내지 못할 말을 곱씹었다. 
  시라부가 눈꼬리를 휘며 눈썹을 내려앉으며 씩 웃었다. 꽤나 애다운 웃음이라고,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5.
“시라부, 먹을 텐가.”
“왜 주시는 거에요? 진짜 먹지도 못하는데… 아, 우시지마 상이 드시는 거였습…”

 

“하, 진짜 기습적으로 오지 말라고요, 심장에 안 좋아.”
“단가.”
“예?”
“달냐고 물었다, 시라부.”

 

  끈적하니 달라붙어오는 시선이 마치 그 당밀인 듯 싶다. 위험하다는 것을 앎에도 뛰어드는 너는 마치 중독증 환자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는 모두 당 중독에 빠져 그 안에서 잠식되어간다. 질식되어 죽어도 좋으니 너는 나를 달콤함으로 꽉 채워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집행을 기다리는 유예기간의 죄인인 듯, 우리는 악을 탐한다. 

 

“예, 달아요.”

후기..입니다. 이렇게 우시시라의 첫번째 호와 두번째 호를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뭐랄까 여러 사정이 겹치고 슬럼프에 덕력 추락에 여러가지 일이 있어 이런 글은 진짜 지금까지 쓴 글 중에 제일... 뭐 그렇고요. 
사실 꾸금까지 갈수만 있었다면 환자와 의사의 배덕한 뭐 그런거 쓰고싶었지만 수위조절도 못할 것 같고 이야기도 장편이 되야해서 마지막 문단에 제 욕망을 다 담았습니다. 그래서 이해 안되시는 게 당연하지만 전 불친절하니까 해설 안해드리고 도망갑니다 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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