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USSR

깊은 새벽의
꿈을 쫓는
연구름
여덟 살의 시라부 켄지로는 그닥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시라부는 한창 여름의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할 무렵에 고아원 앞에 버려져 있었다. 지금의 시라부에게 있어 부모님은 고아원 원장님뿐이었다. 딱히 친부모님을 모르고, 형제가 많다는 것에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경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시라부가 잠을 자는 자리는 이불이 펴진 방의 끝이었다. 아이들의 낙서가 정신없이 뒤엉켜 있는 그 벽을 마주보고 시라부는 잠을 청해야 했다. 벽 위에 있는 창문에서 미미하게 들어오는 달빛이 낙서를 께름칙하게 비추었다.
시라부는 그 자리에서 편하게 잠을 자지도 못할 뿐더러, 가위에 눌리기 일쑤였다. '가위에 눌린다'라는 정확한 표현은 몰랐지만 시라부의 밤은 늘 악몽의 연속이었다.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지 일주일이 훌쩍 넘어갈 때 즈음 시라부는 그냥 잠을 자지 말고 밤을 지새우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시라부는 이틀 전 부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놀기 바쁜 낮에 놀지 못하고 자는 것은 별로였지만, 계속 악몽을 꾸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들을 음악 삼아 잠을 청하면 여기저기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낮이 오히려 더 잠이 잘 왔다.
그 날 밤도 시라부는 두 눈을 깨끗하게 뜨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달이 밝았다. 아이들의 작은 숨소리와 잠꼬대를 들으며 벽에 그려진 낙서들을 심심하게 세고 있었다. 낮에 잠을 자긴 했지만 부족한건 사실이었다. 터져 나오는 하품을 하며 시라부가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창문의 모서리 부근에서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왜 잠을 안자는 건가."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라부가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비명을 빼액 내지를 뻔 했다.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라부는 고 작은 손으로 제 입을 꼭 틀어막고 놀란 눈으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꽤 작지 않은 크기의 창문에 누군가가 있었다. 아이들이 자는 방은 2층인데. 2층…인데. 이젠 하다하다 잠에 빠지지도 않는데 악몽을 꾸는 건가 싶었다. 새까만 옷을 입은 남자는 그래도, 악몽에서 봐왔던 것들보다는 덜 무섭게 생겼지만.
"…누, 누구…세요."
"내 질문에 먼저 답해주면 좋겠는데."
"…네?"
"왜 잠을 안자는 거지?"
예상외의 질문에 시라부는 가만히 눈을 꿈뻑였다. 저를 잠을 못 자게 하려고 괴롭히던 것들과는 달랐다. 나쁜 꿈을 꾸기 싫어서요. 왜 잠을 안 자느냐는 말에 시라부는 몇 번 입술을 우물쩡 대다 입을 열었다. 퍼렇게 내려앉은 밤하늘에서 두꺼운 책자가 떨어져 남자의 손에 안착했다.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이게 꿈이라면 더한 것도 본 적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 남자는 손에 든 책자를 능숙하게 넘겨보더니 제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책자는 다시 밤하늘로 사라졌다. 창틀에 있던 남자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시라부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여덟 살의 시라부에 비하면 남자는 커다란 키였다. 시라부의 머리칼에 닿은 손도 컸다.
시라부는 그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른, 이상한 꿈이구나…싶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시라부의 동그란 두 눈이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악몽은 나이를 먹어도 달갑지 않지.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흩어졌다. 시라부의 작은 고개가 끄덕거렸다. 그런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던 남자가 시라부의 드러난 이마에 다정하게 입 맞춰 주었다. 감정 없던 시라부의 두 눈이 커졌다. 달빛을 받은 커다란 눈동자가 빛이 났다.
"이제 좋은 꿈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시라부가 무어라 말을 더 붙이기도 전에 남자는 밤하늘로 사라졌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책자와 같이. 시라부는 달과 먼지만한 별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을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남자의 말대로 시라부는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눈 뜨고 나서 어렴풋이 느꼈다. 고아원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만난 기분 좋은 꿈이었다.
시라부는 간만에 낮다운 낮을 보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뛰어놀고 책도 읽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움직이는 게 즐거웠다. 해가 저물고 밤하늘이 가라앉자 다른 아이들은 금세 잠에 들었다. 낮에 그렇게 뛰어다녔으니 금세 자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라부도 조금 눈꺼풀이 무거운 걸 느꼈지만 눕지 않고 이불 위에 앉아 멀거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 일이 꿈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와주면 좋을 텐데. 그리 생각하며 졸리운 눈꺼풀을 손으로 박박 문질렀다.
"어제는 좋은 꿈을 꿨을 텐데. 오늘도 잠이 안 오나?"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요.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그냥 꿈아저씨 라고 해두지."
살짝 열어놓은 창문 틈새로 꽤나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왔다. 시라부가 물끄러미 바라보던 밤하늘에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남자가 그려졌다. 어디서 떨어졌는지, 솟아났는지. 금세 창가에 있었다. 꿈아저씨? 시라부의 물음에 남자는 마치 안개가 스며드는 것처럼 시라부가 있는 이부자리로 들어왔다. 남자에게서 서늘한 밤공기가 새어나왔다.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듣기 좋게 어둠을 갈랐다. 남자가 하는 얘기는 어떤 동화책에서도 본적이 없던 얘기였다. 부모님이라 하는 고아원의 원장님도 알려 준 적 없는 얘기였고, 어른들이 보는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는 얘기도 아니었다. 시라부의 두 눈이 자그만 별 마냥 반짝였다.
그의 이름은 우시지마 와카토시 라고 했다. 그냥 우시지마 아저씨, 아니면 꿈아저씨. 편할 대로 불러도 괜찮다고 그는 너그러이 말해왔다. 우시지마가 말하는 '꿈아저씨' 가 무엇이냐 하면은, 간단히 말해서 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꿈에 대해 간섭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꿈을 먹고…사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 두꺼운 책자도 슬쩍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우시지마는 꿈에서 나오는 동심, 행복 과 같은 좋은 기운을 회수하고, 악몽에서 나오는 좋지 않은 기운을 회수해서 행복으로 바꾸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우시지마는 그 기운들을 많이 회수하면 회수할수록 좋은 것이었고, 특히나 순수하고 좋은 기운들이 많이 샘솟는 어린아이들에게 꿈은 필수였다. 하지만 시라부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였고, 우시지마가 도움을 준 것이었다. 아저씨 완전 멋진 사람이네요! 시라부의 목소리가 시간과 맞지 않게 조금 높아졌다. 쉿. 검지로 그것을 제지한 우시지마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작은 손으로 제 입을 막은 시라부도 덩달아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밤이었다.
나를 기억해주고, 보고 싶어 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네가 좋은 꿈을 만나는 것이 제일 바라는 일이다.
그리고 시라부가 우시지마를 밤에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 말은, 시라부는 여느 아이들처럼 낮에 잘 뛰어놀고 잘 생활했으며 밤에는 아무 탈 없이 잠을 잘 잤다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시라부가 우시지마를 잊은 적은 없었다. 그 어떤 이에게도 우시지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늘 우시지마를 생각했다. 어느 때는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릴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우시지마의 마지막 그 말을 생각하면 시라부의 두 눈은 얌전히 감길 수밖에 없었다.
아주 훌륭하게 어린이의 생활을 보내던 시라부는 11살이 되던 해에 입양되었다.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자가 시라부의 어머니가 될 사람이었고, 인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는 시라부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었다. 둘은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였지만 슬프게도 아이가 없었다. 아이를 위한 방, 책, 옷 그 모든 것들은 과분할 정도로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가정으로 시라부는 입양됐다. 부부는 시라부가 꽤나 마음에 든 눈치였다. 시라부도 그런 좋은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내심 기뻤다. 고아원 식구들과 헤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었지만. 시라부는 앞으로도 우시지마를 볼 일이 없으려 나 생각했다. 그건 조금, 더…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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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의 시라부 켄지로는 그닥 좋은 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했다. 비록 가슴으로 낳으신 분들이지만 부모님은 계셨다. 밥도 잘 먹었으며 옷도 좋은 옷들을 입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시라부 켄지로는 그 누구보다도 좋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라부 켄지로 본인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고아원에 있던 어릴 적보다도, 좋지 못했다.
시라부는 확실히 좋은 가정에 입양되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시라부에게 헌신적이고 한없이 상냥했다. 시라부도 착하고 바른 아들의 길을 걷고 있었다. 더 이상 자신에게 나쁜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시라부의 아버지가 된 사람은 시라부에게 늘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 어떤 때라도, 늘, 시라부에게 다정했다. 가끔은 그 다정함이 도를 넘고 넘어서 잘못된 구석에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
아버지와는 잘 지내니? 하고 질문을 받으면 시라부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언의 표현임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시라부의 아버지는 언제부턴가 시라부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손길이었다. 그저 말을 하면서 어깨를 주무르는 것 같은 그냥, 친근함의 표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시라부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 손길은 점점 더 불쾌하고, 깊숙하게 닿아왔다.
어딘가에 말을 할 상대도 없었다. 시라부의 양어머니는 그의 남편이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한 없이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말을 꺼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학교에서 사귀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꽤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몇 몇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까지 친구들에게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시라부는 사람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받는 아이는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집으로 입양을 온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했었다. 행운이라고. 앞으로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시라부였다. 앞으로 잠을 자지 못해서 우시지마를 만날 일은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라부는 점점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잠에 어렵게 들었다고 해도 곧 깨어나기 일쑤였다. 꿈들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뿐이거나, 불쾌한 꿈뿐이었다. 시라부가 넓은 집의 빈 방으로 두 발이 들여졌던 그 날. 시라부의 양어머니가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집을 비웠던 그 날. 그 날 시라부는 제 몸을 이불로 꽁꽁 둘러 싸맨 채 뜬 눈으로 새벽을 마주했다. 그리고 시라부는,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을 만났다.
"아저씨…."
"잠이 안 오나? 좋은 집으로 와서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 아저씨…."
처음 입양이 되고 방을 고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시라부는 넓은 창이 있는 방을 골랐다. 방의 한 벽이 모두 창문이었다. 별 하나 없는 짙은 도시의 밤이 깔린 새벽하늘 속에 우시지마가 서있었다. 처음 만났던 그 날과 다를 것 없이 온통 새까만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얼굴도 다를 것 없이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시라부는 그 어느 때보다 우시지마를 그리워했으며, 표정 없는 그 안에서 자그만 다정함을 찾았다. 잘게 떨리는 다리를 애써 일으키며 시라부는 창가에 서있는 우시지마에게 다가섰다. 그리운 새벽의 향기가 묻어났다.
"아저씨, 저 어떡해요, 저,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요."
"안 된다. 앞으로 너의 나날이 어떨지 모르는 일이지 않나."
"안 봐도 뻔하죠. 끔찍 할거예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우시지마의 손길이 시라부의 머리칼에 닿았다. 그의 양아버지가 닿았던 곳과 같은 곳임에도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손길에 심해에서 막 올라온 듯한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시라부가 새벽이 담긴 우시지마의 옷자락을 꾸욱 쥐었다. 시라부의 조금 드러난 이마에 우시지마의 부드러운 입맞춤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제 서야 시라부는 조금,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고아원의 그 어린 시절처럼.
코끝에 남아있는 새벽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시라부는 그 날 간만에 좋은 꿈을 꾸며 푹 잘 수 있었다. 그 날은 하루도 잘 풀리는 기분이었다. 시라부의 양아버지는 장기출장이 잡혔다 .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출장이어서 시라부는 당분간 몸도 마음도 편하게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기뻤다.
한동안 시라부의 생활은 즐거웠다. 양어머니는 늘 그렇듯이 시라부에게 다정했다. 시라부는 좋은 음식들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지냈다. 양아버지가 집에 계시지 않으니 잠을 자지 못하는 일도 없었다. 매일이 행복했다. 양아버지가 돌아온 그 날로 행복은 끝을 맞이했지만.
"아빠 안 보고 싶었니?"
"저랑 잘 지내느라 별로 안 보고 싶어 하던데요-."
그거 섭섭한 소리인데. 하고 웃으며 시라부의 어깨를 매만지는 손길이 불쾌했다. 시라부는 애써 티를 내지 않고 애써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절망적이지만 당연하게도 시라부의 밤은 그 날 이후도 괴로웠다. 시라부의 양아버지는 갈수록 더 뻔뻔해졌고 대담해졌다. 시라부는 밤을 잃게 되었다. 매일 밤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별 하나 없는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뿐이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양아버지가 없는 곳, 학교에서 자게 되었다. 시라부의 생활패턴은 완전히 망가져 고아원의 그 때 같았다. 그 때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시라부의 몸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보건실에 처박혀 못 잔 잠을 얕게 잤다. 깨어있는 저녁에는 마땅히 끼니를 때울 것도 없었으니 굶는 일도 다반사였다. 시라부의 몸이 눈에 띄게 말라감에도 불구하고 양아버지는 변함없었다. 갈수록 가늘어지는 시라부의 팔뚝과 발목은 저항할 힘도 없었다. 그저 늘, 가만히, 어두운 밤이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라부의 불행한 하루하루는 쌓이고 늘어났다. 시라부는 갈수록 바닥의 끝 어딘가를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도 하지 못하고 잠만을 쫓던 시라부는 결국 부모님을 불러오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던 일이었지만. 시라부는 양어머니께 죄송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양아버지에게는 일말의 죄송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이라고는 혐오와 증오뿐이었다. 시라부의 양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의 만남이 있던 날에서야 시라부의 양부모님은 시라부가 점점 더 말라가는 것을 눈치 챘다.
"켄지로, 어디 아프니?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면 말해주렴."
"……아뇨. 괜찮아요."
시라부는 흘긋 양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양아버지는 시라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신물이 났다. 시라부는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방바닥이 아니라, 무언가의 끝이라는 것을 느꼈다. 시라부의 두 눈이 흐려졌다. 그 날은 한참을 양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시라부의 미래가 불투명하단 것을 안 양부모님은 시라부가 사춘기이며 불안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 무기력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넌지시 회사를 이어받을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시라부에게 불안한 미래는 없었다. 애초에 시라부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건지, 보려고 하지 않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까맣기만 했다. 시라부가 매일 밤 그리움에 젖어 올려다보는 새벽의 밤하늘마냥. 그리고 시라부는 그 날 그리움이 파도치는 까만 밤하늘에 제 몸을 던졌다. 양어머니께 끝까지 죄송한 마음뿐이었지만 저조차 보고 싶지 않은 미래를 보여 드릴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 날은 별이 한 두개 박혀있었다. 평소보다는 뛰어들기에 아름다운 밤이구나. 생각했다.
"죽지 말라고, 말 하지 않았나."
아, 그리웠던 새벽의 향기. 코 안으로 함뿍 뛰어드는 그 향기가 자신이 몸을 던져서가 아님을 시라부는 깨달았다. 그토록 그리웠던 향기가, 사람이 시라부의 눈앞에 있었다. 별이 한 두개가 박힌 밤하늘보다도 아름답고 황홀했다. 시라부의 손이 우시지마를 덥석 끌어안았다. 끝내려던 미래를 끝내지 못한 것은 서러웠다. 하지만 우시지마를 보고, 닿는 것은 더 없이 행복했다. 메말라있던 두 눈에 물기가 서려갔다.
"아저씨, 아저씨가 있는 곳은 어디에요? 저도 데려가 주세요…."
한번 터진 눈물은 따갑게 우시지마의 옷깃에 흘러들어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라부의 눈물을 가볍게 닦아준 우시지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시라부를 조심스레 침대에 뉘여 줄 뿐이었다. 시라부를 침대에 뉘여 주고 일으키던 몸은 시라부의 다급한 손길에 붙잡혔다. 우시지마가 대답이 없자 시라부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울고 있을 뿐이었다. 쉼 없이. 그런 시라부의 눈물길을 지워주는 우시지마의 손도 바빴다. 가쁘게 숨을 들이 내쉬던 시라부의 호흡이 조금 가라앉았다. 우시지마의 입술이 그 어느 때처럼 시라부의 이마에 닿았다 떨어졌다.
"내일도 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잠시 망설이던 손은 천천히 옷자락을 놓아주었다. 눈물에 가려져 흐린 시야로 갈수록 다정해지는 우시지마의 얼굴이 보였다. 시라부의 두 눈은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우시지마의 입맞춤은 시라부에게 좋은 꿈을 가져다주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시라부는 우시지마 만큼이나 다정한 꿈을 꾸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시지마도, 우시지마의 입맞춤도, 편안한 꿈도. 시라부에게 조용하게 스며들었다. 그 날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고 말해도 나쁘지 않을 정도였다.
내일도 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말이 진심이었던 듯, 우시지마는 그 날 이후로 거의 매일 밤 시라부를 보러 왔다. 시라부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좋은 꿈을 꾸라고 가볍게 이마에 입 맞춰주었다. 시라부가 유독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은 더 오래 있어주었다. 시라부는 우시지마의 덕에 매일이 버틸 만 했다. 힘들어서 죽어버리고 싶을 때에도 우시지마를 볼 새벽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그렇게 며칠, 몇 주, 몇 달…오래도록 시라부의 곁에 있어주었다.
우시지마의 입장에서 그건 달가운 일 만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 하면 우시지마의 입장이 아니라 꿈아저씨. 몽사로서의 입장에서 곤란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시지마는 단지 꿈을 관리하고, 기운을 회수하고, 그런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우시지마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더 이상 시라부에게 다른 것에 대해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말 했잖아, 와카토시. 곤란하다니까."
"그런 정도는 알고 있어."
"알면 좀! 꿈 이외의 것에 관여하면 안 돼."
우시지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느새 소문이라도 나 버린 건지. 우시지마의 동기이자 친구인 세미는 꽤나 우시지마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우시지마도 자신이 하는 일이 곤란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떨어질 듯한 시라부를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시라부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우시지마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제 곧 시라부가 성인이 될 테고, 그럼 더 이상 우시지마가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을 텐데.
"…마지막이요?"
"올해가 마지막이다. 널 보러 올수 있는 것도, 네 꿈을 관리 해 줄 수 있는 것도."
시라부의 놀란 눈이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우시지마는 그 별 같은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시라부는 곧 성인이 되는 나이였다. 그리고 우시지마는 성인들의 꿈은 관리 할 수가 없었다. 성인의 절망은 현실적이고도 깊고, 복잡해서. 우시지마와 같은 정도의 사신들은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시지마는 올해로 시라부의 꿈을 관리하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사실을 똑바로, 시라부에게 전해주었다. 시라부는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우시지마는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시라부를 너무 아이처럼,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방향으로 이끈 게 아닌가 싶었다. 우시지마의 입술이 변함없이 시라부의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다.
"내가 없어도 네가 늘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시라부의 두 눈은 얌전히 감겼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리고 그렇게 시라부는 미성년의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꿈도 진로도 아무것도 없었다. 성적은 썩 좋지 않았고, 원하는 대학도 없었다. 그야 시라부에게는 애초에 미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했고, 양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시라부는 그 어떤 곳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금전적 지원이든 지원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해 줄 테니 하고 싶은 것을 하라던 양부모님의 얘기에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멍하게 대학들의 팜플렛을 들춰보던 시라부에게 무언가 문득,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팜플렛들에 두고 있던 시선은 다른 생각으로 빠졌다. 팜플렛들을 접어두고 시라부는 방을 나섰다.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시라부의 표정에 양부모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들의 얼굴을 한 번 씩 쳐다본 시라부는 꾸욱 제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저, 회사. 이어받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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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부는 성인이 됐고 우시지마는 시라부를 찾아가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바쁘게 제 할일을 하고 있는 우시지마 이지만 시라부의 생각은 늘 한 켠에 구겨두고 있었다. 언제 한번 자는 모습이라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늘 컸지만 혹여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해결해줄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의 절망이라면. 그걸 바라만 보아야 한다면…그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쉽사리 그 근처조차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라부가 어떤 길을 택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시라부는 회사를 이어받았다는 것. 그 정도. 세미의 네가 애지중지 하던 애는? 라는 질문에 완전한 어른이 됐다. 고 답을 할 수 있는 정도라면 말이다.
우시지마는 어김없이 새벽하늘을 갈랐다. 평소와 다름없는 경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들릴 곳이 한 곳이 더 생겨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에 가기 전에 우시지마는 시라부가 지내던 고아원에 들렀다. 시라부가 잠을 잘 자지 못하던 그 방에는 다른 아이가 누워있었다. 지저분한 낙서는 어느새 깨끗하게 사라지고 새로운 벽지가 붙어있었다.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는 얘기겠지. 그런 덕인지 한 명도 빠짐없이 잘 자고 있었다. 고아원을 나서는 우시지마의 발길이 조금 멈칫댔다. 얼굴만, 얼굴만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마음은 일절 갖지 않고 얼굴만 보고 와야겠다.
넓은 창은 변함없었다. 커튼도 쳐져있지 않은 것도 변함없었다. 시라부는 얕지만 잠에 든 것 같았다.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작게 내쉬고 돌아가려던 우시지마는 다시 창가에 바짝 붙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시라부 혼자만 누워있어야 할 것 같은 침대에 낯선 남자가 시라부와 누워있었다. 우시지마의 손가락이 창문에 부딪혀 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시라부의 몸이 조금 움찔댔다. 화들짝 놀란 우시지마가 급히 몸을 어둠에 숨겼다. 뒤척이다 돌아누운 시라부의 몸은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얬다. 우시지마는 멍청하게 시라부를 바라보다가 급하게 돌아갔다.
시라부는 성인이다. 성인이면 연애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같이 밤을 보낼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 하고 우시지마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시라부가 연애도 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 다음날 시라부의 집에 잠시 들러본 결과 시라부는 그리 건강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밤 시라부의 곁에 있는 남자는 다른 남자였다. 한 번도 동일인물 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거 절대 연애 아니지.
세미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연애가 아니면? 우시지마의 물음에 세미는 대답을 피한 채 시선을 멀뚱히 먼 곳으로 돌렸다. 연애가 아니구나. 우시지마는 시라부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날 부터 다시 시라부가 신경 쓰이고, 걱정이 늘어났다. 시라부를 어떻게 해야 하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가던 우시지마의 하루는 어느새 시라부의 걱정으로 차올랐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 조금만, 조금만 손을 뻗어보기로 정했다. 어차피 성인이 된 시라부에게 깊게 관여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그저 시라부의 꿈은 어떤 꿈인지, 행복한 꿈이 아니라면…어떤 마음으로 채워진 불행인지.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우시지마는 알 수 있었다.
"어, 아저씨!"
시라부는 여느 성인들처럼 복잡하고 현실적이기만 한 고민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아이들과 다름없는 1차원적인 마음이었다. 외로웠고, 사랑받고 싶었고. 자신에게 관심을 저버린 부모님에게 바라는 마음처럼 단순한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했지만 그걸 해결하기에는 어려웠을 터였다. 특히나 시라부 자신에게 있어서는 더. 우시지마는 간만에 침대 위에 잠에 들지 않은 시라부만 있는 것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조심스레 우시지마가 시라부의 방으로 들어왔다. 시라부의 두 눈이 반짝이며 우시지마를 맞이했다.
"……대체 남자를 몇 명을 만나는 거냐."
"잠이 안와서요…."
"잠이 안 온다고 사람을 막 바꾸면서 만나는 건 아니다, 시라부."
"그치만 이제 아저씨가 안 오잖아요."
꽤나 시무룩한 시라부의 얼굴과 투정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에 우시지마는 무어라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라부를 다시 침대에 뉘여 줄 뿐이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혼자 잠을 청하는 건지. 혹시 저가 오는 것을 알고 있던 건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들을 이어갔다. 우시지마의 자상함이 담긴 손길이 조심스레 시라부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희미한 달빛에 비추어진 우시지마를 바라보는 시라부의 두 눈이 물기로 반질댔다.
"…키스 해주세요, 아저씨. 잠이 안 오던 그 날 처럼요."
잠시 머뭇대던 우시지마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을 대하듯 시라부의 이마에 입 맞추었다. 저에게서 떨어지는 우시지마를 붙잡은 시라부가 다짜고짜 저의 입술을 우시지마의 입술에 맞대었다. 놀란 우시지마가 말릴 틈도 없이 시라부의 팔이 단단하게 우시지마를 끌어안았다. 외롭고, 사랑받고 싶다는 아이 같은 마음. 그리운 마음에 투정을 부리던 아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굳어버린 우시지마를 단단하게 붙잡은 시라부가 진득하게 우시지마를 잡고 늘어졌다. 차가운 손과 다르게 뜨거운 체온을 품은 것이 어지러이 그 안을 헤집었다.
머리끝으로 열이 올라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눈앞에 아지랑이가 이는 기분이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를 꾹꾹 밀어내다 힘을 주어 제 몸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조금 불그스름하게 색을 띄운 시라부의 두 볼에 아주 잠시 동안 우시지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우시지마가 말을 꺼내기 전에 시라부는 풀어졌던 팔을 다시 들어 우시지마를 끌어안았다.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 같은 손길이었다. 그 손길을 우시지마는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작게 흐느끼는 소리까지 어두운 방 안을 울렸다.
"…보고 싶었어요.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시라부."
"힘들었단 말예요…. 어른이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더 이상 보러 와주지 않는 건 너무 하잖아요…네?"
점점 커지던 시라부의 울음소리는 결국 가득 울려 퍼졌다. 어둡고 조용한 새벽하늘을 깨우는 서러움이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 그 어떤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그저 속으로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이며 시라부를 도닥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우시지마가 더 이상 시라부에게 관여하면 곤란해지는 건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우시지마도, 매일 시라부를 보러오고 시라부의 그리움을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곤란해지는 건 우시지마도 시라부도 마찬가지였다.
시라부의 외로움을 제대로 마주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 더 이상 관여해서는 안됐다. 시라부의 그런 외로움을 알았음에도 외면 하는것이 괴로웠다. 그렇다고 해결할 수도 없는 상태로 시라부를 만나는 것도 괴로웠다. 우시지마는 한동안 시라부를 보러가지 않았다. 시라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생각뿐이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들이 가득 차 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우시지마의 손에 늘 들려있던 책자가 들려있었다.
"……에이타."
책자를 뒤적이던 우시지마가 나지막하게 제 곁의 세미를 불렀다. 우시지마를 돌아본 세미는 무언가를 숨기다 들킨 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우시지마는 말없이 세미를 응시했다. 우물쭈물 하던 세미가 말문을 텄다. …본 대로야. 아니, 못 본 대로지. 세미의 말에 우시지마는 다시 급하게 책자를 뒤적여보았다. 세미의 말 대로였다. 못 본…대로라고 할 수 있었다. 시라부의 이름이 없다. 아무리 성인들의 꿈을 관리 할 수 없다고 해도, 이름은 적혀있었는데. 시라부의 이름은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이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우시지마가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책자는 짙은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급하게 자리를 떠난 우시지마가 지나간 자리에서 서늘한 새벽의 향기가 흘렀다.
시라부는 결국 영원한 잠에 빠졌고, 영원히 우시지마와 꿈을 쫒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저것 겹쳐서 마감에 쫒긴 기분이라 급전개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ㅠ▽ㅠ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월호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들!